양변기 물이 내려가자 “응가, 안녕~”하고 인사하는 아이. 사물에게 말 걸기는 아이들의 일상이다. 부모들도 맞장구를 치다 보면 재주가 는다. 불을 켜달라고 떼쓰면 “전깃불이 코 자러 갔다”거나 장난감을 찾아주기 귀찮으면 “엄마한테 갔어”라는 등등.
이런 의인법 구사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면 시는 의외로 가깝다. 동시집 ‘배꼽’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아이들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몸도, 생활도 다 재미난 시의 세계라는 걸 말이다.
“아, 토실토실한 먼지 뭉치/ 넌 진짜 쥐가 될 수 있었는데/ 참 아깝다, 아까워!”라며 안타까워하거나 “구정물 속에 방울방울 떠내려가는 하얀 거품은/ 비누가 쏟아 놓은 웃음이겠죠”라고 미소 짓는 이가 시인이 아니면 누구겠는가.
“고린내를 풍기며 고롱고롱/ 코를 골고 있는” ‘발톱’은 이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유명인사다. 6년 전 나온 초판이 절판 된 탓에 ‘배꼽’으로 기수(旗手)를 바꿔 다시 펴냈다.
그렇다고 익살만 있는 건 아니다. 연못처럼 활짝 열려있던 마음도 “살얼음 잡혀 꼭 닫히면/ 잘못 날아든 조그만 돌에도 그만/ 아프게 아프게/ 깨어지고 말겠지”라는 대목에선 작가의 배려가 엿보인다. 씩씩한 척해도 다치기 쉬운, 크는 이의 여린 마음속까지 짚어낸 것이다.
박선영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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