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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조국에 장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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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조국에 장학재단

입력
2006.06.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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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대학교수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모국에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유혁수 요코하마(橫浜)국립대(53ㆍ국제법) 교수는 2일 장학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재단법인 ‘유영학술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2002년 작고한 유교수의 아버지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으로, 22억원의 출연금은 유 교수와 어머니 등 가족들이 분담해서 만들었다. 재단은 매년 30명의 청소년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장학사업과 재능있는 번역자들을 지원하는 번역연구학술지원사업(‘유영 번역상’ 제정)을 병행할 계획이다.

유 교수의 가족들은 부친이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타계하자 상속 재산의 처리를 놓고 고심했다. 결국 부친 사후 1년 동안 진지하게 의논하는 과정에서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부친은 평생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뜻을 신념처럼 밝혔으며, 이를 위해 가족도 모르게 틈틈이 부동산을 사들였다. 또 “자식들에게 돈을 남겨주지 않겠다”고 늘 이야기했던 점 등을 떠올리며 불우 청소년들을 돕는 장학재단의 설립이 고인의 뜻에 가장 어울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연희전문 문과 출신으로 윤동주 시인과 동기인 고(故) 유영(1917~2002) 교수는 연세대 교수ㆍ명예교수를 역임한 영문학자이자 시인, 번역가였다. 시집 ‘일월(日月)’(1970년) 등 많은 작품과 학술저서를 남긴 그는 특히 호머와 단테 등 4대 서양 서사시를 소개한 번역가로서도 족적을 남겼다.

유영학술재단이 주요 사업의 하나로 ‘유영 번역상’을 제정하는 것은 이 같은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다. 재단측은 총 상금 1,000만원의 번역상이 외형상으로는 약소해 보이지만 5~10년 후에는 권위있는 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일 생각이다.

유 교수는 “재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놓으며 “그러나 가족들이 아버님의 평소 집념에 보답하는 뜻으로 재단 설립을 결정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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