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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20> 월드컵 스트레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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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20> 월드컵 스트레스 주의

입력
2006.06.0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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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의 개막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2002년처럼 우리 태극전사들의 눈부신 활약을 보면서 한껏 고양된 분위기로 응원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긴장되는 마음을 떨치기 어렵군요. 온 국민이 하나의 마음과 목소리로 응원하는 장면은 국가적인 축제요 경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의 마음건강을 지키고 치료하는 것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좋은 일일수록 그만큼 스트레스도 크고, 그에 따르는 정서적인 후유증을 겪는 사람도 많이 있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생활사(life event) 스트레스 척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생활 사건이나 환경의 변화들을 열거하고, 각각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된다는 점수를 매겨 놓은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배우자의 사망’이 100점이고 그 다음으로는 이혼, 별거, 투옥, 가족의 사망, 질병과 부상, 결혼, 해고 등의 순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와 문화권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이어서 우리 정서와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배우자의 사망보다는 자식의 사망이 더 높은 스트레스 점수를 받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생활사 스트레스 척도가 한 개인이 사회심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객관화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사건으로 나열된 생활사를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경사라고 부르는 좋은 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결혼이 50점으로 7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자녀의 출산(39점) 갑자기 큰돈을 버는 것(38점) 승진(29점) 뛰어난 개인적 성취(28점)와 같은 긍정적 사건을 포함한 환경의 변화가 모두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마냥 좋은 일일 것만 같은데 스트레스라니요’ 라는 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이것은 양지가 있으면 반드시 음지가 있다는 이치 때문이겠지요. 즉, 좋은 일에 따르는 변화에 적응하는데도 그만큼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의 소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며,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의 실제 과정이나 속사정은 반드시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통해서도 좋은 일의 그림자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즉,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정작 중요한 일을 그르치게 되고, 지나친 흥분과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일상생활과 건강에 지장이 초래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월드컵이 끝난 후 ‘월드컵 후유증’이라고 해서 장기간 정서적인 후유증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았고, 심지어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달 개막되는 월드컵이 가져다 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각자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있다면 냉정하게 우선순위를 따져야겠습니다. 월드컵의 열기에 푹 빠져 정작 중요한 일을 뒤로할 때의 부작용은 수습하기 어려운 큰 심리적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수험가에 ‘월드컵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은 나쁜 일뿐 아니라 좋은 일에 있어서도 자신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건강에 해가 될 정도의 과도한 흥분은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의 실망스러운 감정도 잘 다룰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균형 잡힌 식사, 운동, 음주와 흡연의 절제, 긍정적인 사고방식, 일에 있어서 계획을 세우고 미리 대비하는 일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그저 의사로서의 걱정일 뿐입니다. 온 국민이 열심히 응원하여 우리 태극전사들이 선전하기를 바라고, 또 이기면 기뻐하고, 혹은 잘 되지 않더라고 힘차게 박수를 보내고 그렇게 우리 국민이 한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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