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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자원봉사는 자녀를 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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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자원봉사는 자녀를 크게 한다

입력
2006.06.0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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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 일꾼이 되겠다는 입후보자들의 요란한 선거구호에 지친 탓이었을까? 북 카페 책꽂이에 꽂힌 책 한 권이 유독 눈에 띄었다.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 . 전혜성 박사가 쓴 이 책은 여느 자녀교육 안내서와 여러모로 다르다.

6남매가 모두 미국 하버드대나 예일대에서 받는 등 저자 가족이 취득한 박사학위가 11개. 자녀가 미국 국무부 차관보, 매사추세츠주 보건후생부 장관,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 부학장 등을 역임하는 바람에 미 교육부가 '동양계 미국인 가정교육 연구대상'으로 선정했다.

● 전혜성 박사의 교육법 본보기

그런 성취보다 한층 놀라운 것은 삶의 원칙과 교육철학, 그것을 지켜낸 과정이다. 자녀가 재능보다 덕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면서 실제 그렇게 키우려고 노력한 부모.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면서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 솔선수범함으로써 자녀를 성공적인 리더로 길러낸 것이다.

특히 저자의 셋째 아들 고홍주 박사(현 예일대 법대 학장)가 예일대 법대생들과 함께 아이티 난민을 위해 소송한 일화는 남을 돕는 일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18개월 동안 학생들과 변호사 등 80여명이 총 2만 시간이 넘게 자원봉사하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한 결과 관타나모에 억류됐던 아이티인 310명이 미국에 입국했고, 고 박사는 클린턴 행정부 인권차관보로 발탁됐다. 손자 손녀들도 에이즈 환자들의 유언장 작성을 돕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운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자원봉사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필자의 사무실에도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문의전화가 날마다 꼬리를 문다. 특히 학생들이 단체로 해볼 만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찾는 교사들이 많다. 마땅한 일거리도 없는 사회단체나 공공기관에 '자원봉사 시간을 메울 거리'를 부탁하기가 민망하다는 얘기다.

사실 학생들의 창의성과 협동심을 북돋울 수 있는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이 방송인 스포츠선수 등 유명 인사라든가 선생님들에게 한 두 벌씩 기증받은 옷들을 새로 고쳐 패션쇼를 열어 기금을 마련하는 자원봉사활동이 인기다. 스웨덴에서는 학생들이 세차 유리창닦기 사무일보조 등으로 받은 1만원 남짓한 수고비를 기부한다.

자신들이 하루 동안 자원 봉사한 대가를 기부하면 네팔 소녀 한 명을 1년 동안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있다는 기쁨에다 일을 통해 배우는 것도 적지 않아 근로봉사의 날을 운영하는 학교가 많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1995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맨발걷기대회 역시 색다른 자원봉사이다. 신발조차 없어 맨발로 생활하는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남산 길을 맨발로 걷는 행사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기부금은 참가자 가족이나 친지들이 내기도 하고, 자신이 용돈을 덜어 내기도 한다. 정덕윤 교사(서울 동도중)는 해마다 수백 명의 제자들과 함께 남산 길을 걷는다. 그런 경험이 학생들의 생각이나 태도에 얼마나 뜻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새록새록 실감하기 때문이다.

● 3일 어린이돕기 맨발걷기대회

올해도 3일 오후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출발하는 맨발걷기대회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자원봉사에 나선다. 아시아나 승무원들이 접수와 안내 등 진행을 돕고, 디자이너 앙드레김(유니세프 친선대사)과 영화배우 이영애씨(유니세프 특별대표)는 무대에 올라 '어린이와 평화를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으자고 호소한다.

허남길씨 등 만화가들은 참가자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며 모금에 나선다. 이 행사에 참가하는 수천 명의 시민과 학생들도 물론 값진 자원봉사를 하는 셈이다. 신록 우거진 남산길 3.5km에서 기쁜 땀을 흘리며 행복하게 웃는 얼굴들을 생각하면 지레 마음이 설렌다.

김경희 한국유니세프 세계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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