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8시간 동안 역전, 재역전을 거듭하며 피를 말리는 대혈전 끝에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김태환 후보(현 제주지사)는 “전국 유일의 무소속 도지사를 만들어준 55만 제주도민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냈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제주도민이 자존심을 지키는 위대한 승리였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특별자치도를 이끌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중앙 정치권에서 요동을 치고 여ㆍ야 중진들이 수차례 내려와 지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무소속 후보로서 외롭기도 하고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주도민은 더 이상 중앙의 논리로 지방의 가치를 재단하려는 정치권을 준엄하게 심판했다”며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제주특별자치도 원년 도지사로서 특별자치도를 완성하라는 도민들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는 제주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평화의 섬으로, 동북아 중심지의 역할을 다해 나가는 결실을 맺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는 예상대로 김 후보와 현 후보간의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31일 오후 6시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 때 KBS와 SBS의 공동 조사에서는 현 후보가 42.3%로 42.1%의 김 후보를 0.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MBC 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44.0%로 현 후보의 41.2%를 앞서는 것으로 나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었다.
31일 오후 6시 제주시 한라체육관 등 4개 개표소에서 일제히 진행된 개표에서도 당선자가 확정된 1일 오후 2시 3분까지 5차례나 선두가 바뀌는 등 8시간동안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표 초부터 박빙의 선두를 지켜온 현 후보는 오후 9시께 김 후보의 고향인 북제주군 지역의 투표함이 열리면서 처음으로 역전당했고, 1시간여만에 고향인 남제주군 성산지역 표가 쏟아지면서 재역전하는 등 두 후보는 강세지역의 투표함이 열릴 때마다 희비가 교차됐다.
그러나 1일 0시를 넘기면서 김 후보쪽으로 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31일 오후 11시께부터 간발의 차이로 앞서가던 김 후보는 날을 넘기면서 고향인 북제주군 구좌, 조천지역의 개함으로 표차를 1,000∼2,000표로 벌리며 승세를 굳혔다.
제주 출신인 김 당선자는 초ㆍ중ㆍ고와 대학(제주대)까지 졸업한 토박이로 관선ㆍ민선 제주시장을 지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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