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이 골프를 만났다?
경북 김천시 농소면은 메주마을이다. 볕이 좋고 공기가 맑은데다, 물빠짐 좋은 토질에 주위에 큰 강이나 호수가 없어 사철 습하지 않다. 발효 균에겐 천국인 곳이다.
예부터 이곳은 메주마을로 명성이 높았다. 가을에 수확한 콩을 조금 더 이문을 남기기 위해 겨울철 농한기때 메주를 띄워 내다 팔기 시작했는데, 메주의 품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장 담글 시기인 음력 정월의 김천 5일장은 전국이 상인들이 몰려드는 ‘메주장’으로 유명했었다.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콩을 심던 밭이 좀더 소득이 나은 자두나 포도밭으로 바뀌었지만 정부는 수입콩을 무관세로 공급하며 주민들이 메주를 쑤어 판매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메주특구인 셈이다. 용암, 신촌, 입석, 연명, 용시 등 5개 마을 82 가구에서 매년 1만장의 메주가 판매된다고 한다.
이 메주 고을에 아직도 우리 콩과 전통방식만을 고집하는 된장농장이 있다. 옛 장맛을 되살리고 있는 ‘김천정월된장(www.jungwol.co.kr)이 그 곳이다. 서울서 일간신문사 광고국장, 광고회사 사장 등을 하던 김환옥(59) 사장이 고향에 내려와 일군 농장이다.
농장에서 손수 콩을 키우고, 부족한 양은 전남 장흥에서 주문 재배해 공급 받는다. 장작으로 불을 뗀 8개의 커다란 가마솥으로 콩을 익히고, 옛 방식 그대로 지푸라기를 엮어 메주를 넌다. 잘 띄워진 메주를 음력 정월 장 담궈 최소 2년, 보통 3, 4년 숙성되면 시중에 내다 판다. 오래 묵어 제 맛이 나는 장이다.
이처럼 옛 방식을 고집하고 정성을 들여서인지 2002년과 2003년에는 모 여성월간지가 선정한 전통된장 품평회에서 2년 연속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장맛을 아시는 분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명절 선물로도 전통 장이 인기가 좋아 대기업 등 단체 주문이 몰린다”고 흐뭇해 했다.
김천정월된장 농장에 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장의 한가운데는 농장의 보물단지인 장을 가득 담은 항아리 1,000여 개가 자리하고 있다. 그 주위를 빙 둘러 푸른 잔디가 깔린 골프장이 조성됐다. 파3의 9개 홀로 구성된 코스다.
한 가족이 놀러와 아빠는 골프를 즐기고, 엄마는 장을 구경하고, 아이들은 마당에 마련된 높다란 그네를 타거나 여름에는 작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원두막에선 가족이 모여 오붓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농장은 잘 가꿔진 공원처럼 곳곳이 양귀비, 해당화 등 꽃밭으로 꾸며졌다. 호롱불, 등잔, 지게, 탈곡기 등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옛 농기구 등도 시선을 빼앗는다.
농장 안에는 식당도 마련됐다. 농장이 자랑하는 장으로 만든 된장찌개와 청국장이 주메뉴. 가격은 1인분 5,000원으로 저렴하다. 김 사장이 서울 생활 때 단골이었던 성북동 칼국수집에서 특별 전수한 칼국수(5,000원), 수육(1만5,000원)도 준비돼 있다.
골프장 이용료는 주중 1인당 1만원(주말 1만5,000원). 농장에서 판매하는 된장은 1kg 당 1만2,000원(선물용 옹기포장(3kg) 5만5,000원), 고추장은 1kg당 1만8,000원(옹기포장(3kg) 7만7,000원), 간장(1.8ℓ) 2만원, 청국장(1kg) 1만1,000원이다.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나와 대구방향 4번 국도를 타고 가다 농소면사무소 앞을 지난 뒤, 농소교 직전에서 금오골프클럽 이정표를 따라 1km 가량 진입하면 된다. (054)432-3214
김천=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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