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사랑하는 젊은 친구가 있다. 3년 전 우연히 카페에서 만났을 때 그는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기르던 고양이 중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찾아 다녔지만 허사라고 했다. 좀 깍쟁이 같아 보이는 친구여서 고양이 때문에 깊이 상심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뜻밖에 다정하고 마음이 여리구나, 생각했다.
최근에 본 그 친구는 좀 울컥한 표정으로, 그 고양이 얘기를 하면서 울지 않을 수 있게 된 지 얼마 안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개와 고양이의 다른 점을 듣고 깔깔 웃었다. 개는 자기 주인을 이렇게 생각한단다. ‘먹을 것도 주고 씻겨주고 나를 이렇게 잘 돌봐주다니, 저 사람은 신인가 봐’. 고양이는? ‘먹을 것도 주고 씻겨주고 나를 이렇게 잘 돌봐주다니, 나는 신인가 봐.’
사실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내가 보기에 고양이는 사람을 자기와 대등한, 단지 형편이 더 나은 존재로 생각한다. 위 얘기의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그건 우화다. 사람에 빗댄 얘기란 뜻이다. 자기한테 친구가 아주 잘 해주면, ‘저 친구는 괜찮은 사람인가 봐’ 생각하는 사람과 ‘이렇게 잘 해주는 걸 보면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봐’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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