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학교 양극화" 칠레 고교생 60만명 거리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학교 양극화" 칠레 고교생 60만명 거리로

입력
2006.06.01 00:12
0 0

칠레 고교생들이 부당한 교육여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시위에 나섰다. 한달 전 수도 산티아고 일부 학교에서 시작된 고교생들의 시위는 30일 전국적으로 60만명이 참여하는 30여년만의 최대 시위로 발전하면서 3월 출범한 미첼 바첼렛 정권의 첫번째 시험대로 등장했다.

칠레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1972년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 이후 처음이다. 바첼렛 대통령의 막내딸도 이날 피켓을 들고 산티아고 도심에서 교육개혁을 외쳤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산티아고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자동차와 상점에 돌을 던지는 등 폭력양상을 보여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강제 해산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20여명이 다치고 300여명이 체포됐다.

시위는 지방자치단체에 공교육을 일임한 현행 교육법이 발단이 됐다.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90년 권좌에서 물러나기 하루 전 발효된 교육법은 각 자치단체의 재정상태를 전혀 고려치 않은 비현실적인 조항 때문에 학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의 거센 항의를 받아왔다. 호세 호아킨 브루너 전 교육부장관은 재정상태가 좋은 학교는 학생 1명당 385달러(37만원)를 지원받는데 반해 열악한 학교는 지원금이 73달러(7만원)에 불과하다며 심각한 재정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학생들이 거리에서 내건 요구사항은 커리큘럼 개정, 대중교통 학생요금 무료화, 대학입학 전형료 폐지, 학교수업 단축, 체육ㆍ예능 수업 3시간 연장 등 다양했다. 15세의 베르나르도 페라다는 “학교 화장실은 더러워서 구토가 날 지경이다. 락커룸에서 샤워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흥분했다. 다른 학생은 “가난한 학생 중에는 40달러의 전형료를 내지 못해 대학진학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바첼렛 대통령과 교육부 관리들은 학생들의 요구에 공감을 표시하며 이들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30일 시위학생 대표부와 1차 협상을 가진 교육부는 “건설적인 대화가 오갔다”며 31일 2차 협상에서 시위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