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에서 보수파의 힘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미 대법원은 30일 5대4의 표결로 직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공무원의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카운티 부보안관이 수색영장 발급 공술서에 위증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리처드 세발로스 캘리포니아주 검사가 이로 인해 인사불이익을 당했다며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대법원 표결에서는 대법관 9명의 보수, 진보 성향이 확연히 드러났다. 보수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안토닌 스칼리아, 클라렌스 토마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공무원의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다수의견에 동조했다. 여기에 보수ㆍ진보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돼온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이 다수의견에 가세함으로써 이날 표결은 보수파의 승리로 끝났다.
다수의견을 대변한 케네디 대법관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언급하는 모든 것을 보호하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소수의견을 낸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공무원들은 현직에 봉사하고 있지만 시민으로서의 책무도 갖고 있다”면서 “시민으로서 얘기하는 것과 공무원으로서 얘기하는 것에 명확한 차이가 있다는 논리는 전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공무원들이 내부고발자로 정부의 실책을 외부에 발설한 뒤 보복을 당했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 때문에 “이제 공무원들은 정부가 허리케인 대비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는 등의 내부고발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매년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행위와 관련한 소송이 100여건에 이른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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