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이 땅에 터잡았지만 우리 부모도 ,우리도 늘 이방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첫 투표를 하니 정말 가슴 벅찹니다. 우리도 이젠 엄연한 유권자인데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겠죠?”
31일 오전 10시 국내 차이나타운의 원조인 인천 중구 북성동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산한 모습의 다른 투표소와는 달리 잔칫집 같은 흥겨움이 묻어났다. 인천 차이나타운과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들은 1,100여명 정도이며 영주체류 자격을 취득한 지 3년이 넘은 19세 이상의 화교 유권자는 500여명에 이른다.
평생을 북성동에서 살아온 유창융(51ㆍ사업)씨는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이곳에서 3대째 살아왔는데 이제야 참정권을 보장 받아 비로소 대한민국 일원이 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대학생 부 당(24ㆍ경희대 관광 4)씨는 “투표소에서 후보자를 택할 때 가슴이 벅차고 손까지 떨렸다”며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전날까지 출마자들의 면면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1910년 중국 산둥(山東)에서 이주해 온 손덕준(51ㆍ태화원 대표)씨의 가족은 유권자만 무려 20여명. 손씨는 “화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할 후보를 정하느라 가족회의까지 열었다”고 털어 놓았다.
선관위도 투표소마다 중국어 전문통역원을 배치하고 중국어 안내 책자를배포했다.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벅찬 경험은 외국인 며느리들도 마찬가지였
다. 31일 오전 전남 곡성군 오곡면 오곡 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남편과 함께투표를 마친 필리핀 이주여성 베벌리(34)씨는“6년 전 시집와 시어머니 밑에서한 국 살림을 배웠는데도 투표권이 없어 항상 겉도는 느낌을 받아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충남 논산시 취암동 제7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베트남 출신의 3년차 주부 배현아(22)씨는“우리 같은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보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국 영주권을 가진 19세 이상 외국인 6,726명이 투표권을 갖게 됐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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