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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격 준 이라크판 '미라이 양민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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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격 준 이라크판 '미라이 양민학살'

입력
2006.05.3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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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 해병대가 지난해 11월 이라크 서부 하디타 마을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사건은 충격적이다. 만행의 진상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에서 비난여론이 들끓고 미 상원도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하디타 마을 순찰도중 동료대원이 도로매설 폭탄에 의해 숨지자 민가에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해 24명의 민간인을 보복 살해했다. 희생자 중에는 휠체어에 탄 77세 노인과 3~14세 어린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도 미군은 사건 직후 “민간인들이 폭탄테러의 여파와 교전 와중에 숨졌다”고 허위 발표를 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하디타 학살사건은 1968년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저지른 미라이 마을 학살사건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미군 역사상 최대 치욕으로 꼽히는 이 사건은 부녀자 등 수백명을 무차별 살해한 만행으로, 민간인들이 작전 중 불가피하게 숨졌다며 은폐했었다. 이 사건은 결국 미국 내에서 엄청난 반전 여론을 불러 미군의 베트남전 철수로 이어졌는데, 하디타 학살사건도 그에 못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미군의 도덕성과 신뢰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짐작이 안 간다. 사건의 충격과 파문은 아브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사건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공격도 한층 거세지고 아랍 세계의 반미 정서는 더욱 깊어질 것이 뻔하다. 이라크전 수렁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정부에는 설상가상의 타격이다.

존재하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내세워 독단적으로 명분없는 전쟁을 저지른 데서 비극의 씨앗이 배태되어 있었지만 이제 부시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궁금하다.

미군 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으로 신뢰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다. 부시 정부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이라는 구호보다 과연 어디에서 잘못이 시작됐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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