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가 소장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이 돌아온다. 도쿄대와 서울대에 따르면 실록 47책은 7월 초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될 예정이다.
우리는 도쿄대가 ‘학술교류를 진전시키기 위해’ 내린 결단을 평가하며, 실록 47책의 귀국을 환영한다. 또 3월 북관대첩비 반환에 이은 국보급 문화재의 귀국으로 앞으로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 작업에 가속도가 붙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실록 47책 귀국을 둘러싼 국내 논란을 보면 이런 기대가 아직은 섣부른 모양이다. 우선 실록 47책 반환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온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의 반발이 크다.
위원회는 도쿄대와 서울대 합의처럼 ‘반환’이 아닌 ‘기증’ 형식이 될 경우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의 문화재 ‘강탈’ 행위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지적이다.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반출 경로에 대한 국민적 정서나 역사감정에는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이런 정서가 개별적 진실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닌 데다 궁극적 목표에 비춘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위원회의 주장대로 ‘반환’을 실현하려면 우선 ‘강탈’을 입증해야 한다.
오랜 논쟁을 통해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더라도 1965년 ‘문화재 및 문화협력 협정’ 문제에 다시 부닥치게 된다.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 문제에서 경험했듯, 설사 ‘반환’을 제약하는 이런 협정이 없더라도 자동적 반환이 기약되는 게 아니다.
불교계가 월정사의 연고권을 주장하며 서울대 규장각 보관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조선왕조실록은 어디까지나 조선 왕실의 재산이었고, 월정사는 그 관리 부담을 졌을 뿐이다.
다만 우선 돌아오는 실록 47책을 반갑게 맞고 나서 얼마든지 서울대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외교도 그렇지만 문화재 반환 교섭은 특히 차분하고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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