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의 하나가 사찰이다. 특히 역사가 오래된 전통사찰은 석탑, 절 집 등 문화재가 모인 곳이자, 고행을 통해 스스로를 깨우치는 구도의 공간, 속세의 찌든 마음을 씻는 참회의 장소이다.
전국의 전통사찰을 훑으며 그 역사와 문화를 ‘전통사찰총서’로 기록해온 신대현(申大鉉ㆍ45) 사찰문화연구원 연구위원. 그가 14년에 걸친 작업을 마무리하고 21권 마지막 책의 발간을 앞두고 있다. 총서는 92년 강원도 편을 시작으로 지역별 전통 사찰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데, 마지막 제주 편이 6월초 발간된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큰 사찰, 이름난 사찰에만 집중되고 있어요. 하지만 덜 알려지고 규모가 작아도 불교문화를 잘 간직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아, 이런 절도 있구나, 사람들에게 그런 곳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전통 사찰이 규모나 유명세가 아니라 불교문화를 얼마나 잘 간직하고 계승하고 있는 지를 총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책은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전국의 모든 전통사찰(900여곳)을 대상으로 사찰의 창건과 역사, 그곳에서 활동하고 공부한 승려들의 행적, 사찰의 문화재와 설화, 가람배치 등을 담고 있는데 이왕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도 적지 않다.
그는 이 기간 동안 3분의 1 정도를 사찰에서 보냈다. 혹한기나 태풍이 몰아치는 시기 등을 빼고는 절을 찾았다. 또 3분의 1 정도는 답사, 취재 기록을 정리하는데 보냈다. “사람의 족보 또는 명함 같은 것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가 찾아간 절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 안동 모운사다. 산중에 위치한 이 절은 초파일에도 신도가 고작 10여명만 찾는 미니 사찰이다. 현판을 읽은 뒤 이 작은 절이 사실은 원효 스님이 말년에 수도하고 입적한 유서 깊은 사찰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곤 흥분했다고 한다. 김해의 은하사도,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지만, 현판을 보면 가야시대 고찰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인이 고구려, 백제, 신라의 불교는 알아도 가야 불교는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하사는 의미 있는 존재다. 신 위원은 조선이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를 배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생, 관료와 사찰의 교류가 상당히 활발했다는 사실을 현장 기록을 통해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사찰에서 마냥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책을 써서 사찰의 존재가 부각되면, 문화재가 도난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신도들이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해서 별 생각 없이 내주었더니 형사를 불러 신분을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누구보다 사찰에 대한 애착이 강한 그지만, 아쉬움도 있다. “신도들은 규모와 유명세, 스님의 지명도에 따라 사찰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님들도 신도 또는 방문객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해도 사찰의 기능은 더 커질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정신적 소외를 겪는 사람도 늘기 때문이란다. “참선 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려는 욕구가 점점 강해질 겁니다. 요즘 사람들, 그만큼 외롭거든요. 사찰은 그런 현대인을 위한 정신적 안식처가 돼야 합니다. 지친 현대인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사람들이 사찰에서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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