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꼬리를 문 3마리의 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간 교역을 들여다보면 물고 물리는 절묘한 3각 관계가 그려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는 230억 달러 흑자였지만, 대일 무역수지는 240억 달러 적자를 보았다. 반면 일본의 대중 무역수지는 285억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양국 차원에서는 엄청난 손익을 보고 있지만 3국 전체로 보면 아무도 밑지지도 남지도 않는 호혜적(互惠的) 거래를 하는 셈이다. 이런 세 나라 경제를 하나로 묶을 수만 있다면 세계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최강의 경제 블록이 새로 탄생하게 된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뜨거운 찬반 논란을 빚는 가운데 최근 국내외 학술모임에서 한중일 FTA 체결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이유는 이처럼 폭발적 통합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일 FTA가 실현될 경우 3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장기적으로 각각 5.15%(한), 3.08%(중), 1.43%(일)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모두에게 좋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통합의 과실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한중일 FTA는 한미 FTA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진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FTA가 현실적 논의로 발전하지 못하는 표면적 이유는 중국에게 농수산물 시장을 개방하기 어려운 한일 두 나라의 사정 등 경제적 요인 때문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 이유는 과거사 문제와 패권다툼 같은 정치문제에 있다. 침략역사에 대한 진실된 반성을 거부하며 미국과의 유착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의 전략이 3국의 협력을 불가능하게 한다. 최근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에서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한중일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일본 지도자의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유럽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적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모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적으로 맞섰던 프랑스와 독일이 손을 잡고 1951년 출범시킨 유럽석탄공동체(ECSC)였다.
독일의 재무장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제 협력이라는 프랑스의 계산이 적과의 동침을 가능케 했다.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당장 한중일 FTA가 가능하다면 우리만이라도 중단된 한일 FTA를 재개하고, 중국이 적극성을 보이는 한중 FTA를 성사시켜야 한다. 한국이 한중일 FTA에 산파로 나서자는 것이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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