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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OPEC 회의를 반미 선전장으로

입력
200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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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는 중남미 반미 좌파의 맏형격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제2의 데뷔무대가 될 것 같다. 차베스가 유가 75달러 돌파 후 처음 열리는 회의에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활용해 ‘에너지 국수주의’를 관철시킬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차베스가 이번 회의를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하는 선전장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29일 전했다. 차베스는 500만달러를 들여 OPEC 사상 최고의 초호화판 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이 정도 돈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한 통상의 OPEC 회의를 20차례 치를 수 있다. 회의에 참석하는 각료들은 벤츠 리무진과 호텔 스위트룸 서비스에다가 세계 최대의 앙헬 폭포ㆍ카리브해 호화 유람선 관광 등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차베스의 욕심과는 달리 돈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차베스는 23일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이상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산유량 감축을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회원국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회원국 대부분은 차베스의 반미 노선과 노골적인 석유 무기화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차베스에 정치적으로 동조할 나라는 이란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는 OPEC이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이라는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차베스가 셰브론 엑손모빌 등 석유 메이저들이 탐내는 오리노코강 유역의 4대 유전 개발권과 관련, 엄청난 개발 비용을 조건으로 제시해 외국 업체들의 개발권을 좌절시키는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리노코 일대는 중질유 2,35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재 남아있는 세계 최대의 원유 보고이다. 베네수엘라는 이곳과 다른 지역의 석유매장량 800억 배럴을 합치면 OPEC이 인정한 세계 최대 석유매장국 사우디아라비아(2,643억 배럴)를 제치게 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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