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선거 과정의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말고는 완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지방선거에 대한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정치적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가 특별히 말할 게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열린우리당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가 정동영 의장의 ‘선거 후 정계 개편론’을 강력히 비판하며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측은 “선거과정에서 개인 의견을 피력한 것 아니냐”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말을 아끼는 이유는 여당의 참패 예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거 후 여권 내부에서 패배 책임 논쟁이 벌어질 때 ‘대통령 책임론’이 나오지 않도록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이다. 또 야당으로부터 “청와대가 공정선거를 해치고 있다”는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 후 국정운영 구상과도 맥이 닿아 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당정 분리’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당과 상당한 거리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 후에 정계개편을 주도하거나, 스스로 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거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먼저 당을 떠나지는 않겠지만, 여당 자체가 분열될 경우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정계개편에 따른 당청 관계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정치 보다는 양극화 문제와 한미 FTA협상 등 국정과제 해결에 전력하면서 정치적 거취는 정국상황 변화에 따라 정하겠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일단 7월 초로 예상되는 개각 때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7월 개각 때는 한명숙 총리를 유임시키더라도 여당 출신 장관을 줄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연말쯤에 큰 틀의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때는 한 총리 교체와 초당적 국정 운영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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