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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화장실에서 웃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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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화장실에서 웃는 남자

입력
200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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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5ㆍ31 지방선거가 이틀 뒤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미 선거는 끝난 것에 다름없다.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박근혜 대표 테러가 일어나 동정표까지 몰리고 있다. 따라서 관심은 선거 결과가 아니라 선거 이후에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화장실에서 웃고 있는 사람이 있다.

고건 전 총리이다. 선거 참패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정동영 의장이 책임론에 시달리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 전 총리의 주가가 상종가를 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후 고건씨 부상 전망

사실 이번 지방선거의 참패가 어찌 정 의장의 책임이겠는가? 오히려 정 의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싸늘한 여론, 테러 등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책임론, 나아가 낮은 개인적 지지도 등에 의해 차기 주자로서의 위상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신 위기 극복의 카드로 고 전 총리가 부각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고 전 총리가 개인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개인적 인기란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아들의 병역 문제가 터지면서 폭락했던 1997년 대선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고 전 총리가 상종가를 치는 이유는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취할 수 있는 전략과 관련된 조직적 이유이다.

돌아선 민심을 고려할 때 열린우리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그나마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의 승리의 기반이 됐던 디제이피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곧 호남과 충청의 연합에 의해 반영남연합, 반한나라당연합을 구성하는 것이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디제이피연합에 의해 이 같은 연합을 성사시켰다. 2002년 대선의 경우 노무현 후보가 호남의 지지에다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통해 이를 재연했다.

그러나 이는 열린우리당의 창당, 민주당과의 대립 등을 통해 깨졌다. 이를 복원하지 않고는 대선은 물 건너 간 것이라는 주장이 열린우리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거세게 제기될 것이다. 이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그리고 충청을 기반으로 한 국민중심당과의 합당 내지 연합을 필요로 하는 바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고 전 총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들이 민주당과 결별을 하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문제의식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발 역시 만만치않을 것이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 등 지도부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많은 장애들을 넘어야 한다.

반대로 여권이 고건 카드로 상징되는 통합전략, 외연확대전략보다는 노 대통령의 장기인 전선의 정치를 복원시키는 대립전략으로 나가는 것도 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바 노 대통령이 초당적인 국정 운영 등을 이유로 탈당을 하고 이를 신호탄으로 열린우리당 내의 노 대통령 직계부대들이 탈당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열린우리당은 풍비박산이 날 것이다.

대신 노사모, 옛 개혁당 세력 등 노 대통령의 고정지지세력들이 신당을 만들고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후보로 내세워 반한나라당 전선이 아니라 낡은 정치 대 새로운 정치라는 전선을 통해 대선에 임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선에서 승리 가능성은 멀어지지만 노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소위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과 조직을 지켜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계 개편 등 격변은 이미 시작

여기에 너무 잘나가고 있어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경선 결과에 따라 두 개로 쪼개질 가능성이 있는 한나라당의 움직임까지 겹쳐져 정치권의 격변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자는 한나라당이나 박 대표가 아니라 고 전 총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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