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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속도로 뻥, 지역상권 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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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속도로 뻥, 지역상권 휑

입력
200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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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만 좋아지면 뭐 합니까? 장사가 안돼 죽을 맛입니다.”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L마트 주인 박모(49)씨는 올 1월 신대구ㆍ부산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손님이 30%이상 감소해 200여 평에 달하는 매장을 줄이거나 아예 장사를 접어야 할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고속도로가 뚫린 이후 가게 코앞의 남밀양 IC를 통해 종전 2시간에서 30~40분대로 단축된 부산과 대구로 원정쇼핑을 가는 손님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1, 2년 전만해도 밀양은 물론 인근 함안 창녕 양산 지역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던 수산 5일장 사정도 크게 나빠졌다. 손님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고 빈 점포도 늘어 썰렁한 모습이 역력하다.

신대구ㆍ부산고속도로, 대전~통영고속도로, KTX 개통 등으로 지역경제가 침체하는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경유지인 지방 중소도시가 관광, 유통 및 의료시장 등을 부산, 대구 등 종점권에 빼앗기는 ‘종점 블랙홀현상’ 때문이다.

신대구ㆍ부산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경북 청도군 청도읍에서 전파상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고속도로 개통이후 대구까지 승용차로 10분대로 단축되면서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12월 완전 개통한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경남 진주시와 사천시, 고성군 등도 ‘경유지 설움’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경남 사천시의 경우 고속도로 개통 전 휴일 기준으로 하루 2만여 대씩 몰리던 외지 차량이 1만5,000여대로 줄었고, 횟집 식당 상가 등의 매출도 30~50% 감소했다. 관문인 사천공항과 삼천포항 이용객도 올들어 10%이상 줄었다.

진주시도 고속도로 개통 초기 중부권 및 수도권과 문화 관광 교육 물류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한 교류 활성화를 위해 40여명의 테스크 포스팀을 꾸리는 등 법석을 떨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고성군은 공룡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고성읍과 상리면 일대 상가와 식당가는 매출이 최고 60%이상 줄어 썰렁하다.

쇼핑, 관광뿐 아니라 의료시장의 ‘블랙홀’도 마찬가지. 180개 병상을 갖춘 밀양시 M병원의 경우 올들어 환자가 25%가량 줄어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병원 관계자는 “편리한 교통과 주5일제 여파 등으로 감기 배탈 등 기초적인 질환자 이외의 수술환자는 대부분 부산이나 대구 등지로 빠져 나가 병원 사정이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교통여건 개선으로 일부 지역 땅값은 올랐지만 대다수 경유지 주민들은 인구감소와 매출부진에 따른 상가 및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K부동산 대표 박모(57)씨는 “주택, 상가는 인구가 줄면서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고, 정부의 문화재 복원사업으로 지가가 급등한 화양읍 유적지 일대 등 일부 지역은 이미 상당수 토지가 외지인들 손에 넘어 가 외지인들의 배만 불린 꼴“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전~통영 고속도로의 종점권인 경남 통영 및 거제지역은 잘 갖춰진 관광인프라 등에 힘입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이 20% 이상 늘었으며 부산, 대구 등 신대구ㆍ부산고속도로 종점권의 대형마트와 대학병원 등도 쇼핑객과 환자들이 다소 늘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진주=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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