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최근 각국 지도자들에게 “곧 복귀할 것이니 주소록에서 내 이름을 지우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AC 밀란의 구단주이기도 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달 자신이 이끄는 중도우파가 총선에서 근소한 표 차로 패배하자 재검표를 요구하는 등 선거결과에 반발했으나, 대법원이 중도좌파의 승리를 선언하고 상ㆍ하원 의장도 모두 중도좌파연합에 뺏기자 이 달 초 사임했다.
26일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 2일 사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비롯해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국내ㆍ외 지도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110여만 표의 무효표에 대한 재검표가 나의 패배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밝혀줄 것”이라며 “곧 총리직에 다시 복귀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후임자인 로마노 프로디 총리가 취임한 16일 발송된 이 편지들에는 베를루스코니의 권력에 대한 미련이 애절하게 나타나 있다. 전후 이탈리아 총리 가운데 최장 재임기록을 세운 그는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때 최고 권력자 동맹의 일원이었던 내가 현재 총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25일자 스페인 레스프레소 신문을 통해 공개된 이 편지는 “친애하는 호세 루이스”로 시작해 “당신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뜨거운 우정을 보내며. 실비오”로 끝맺고 있다. 또 그는 편지에서 자신이 이끄는 ‘포르자 이탈리아당’(중도우파)은 아직 이탈리아 최대 정당이며, “나는 야당 당수로서 이 나라의 50.2%를 대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를루스코니 측은 보도된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비슷한 내용의 편지가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도 발송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편지들에서 자신이 이끄는 중도우파가 중도좌파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독특한 비례대표 선거제도 때문에 더 적은 의석만을 얻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더 타임스는 이와 관련 “베를루스코니는 편지에서 자신의 정파에 유리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선거법을 개정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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