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결전의 전장을 향해 출항한다. 아드보카트호는 출범 후 8개월 간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에게는 여전히 ‘미완성’ 또는 ‘시험 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이 취임한 지난해 10월을 돌이켜보면 그가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 수 있다. 잇따른 평가전 패배로 무기력증에 빠진 대표팀에게,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과감한 선수 기용과 전술 변화를 통해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리더의 교체로 팀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는가, ‘아드보카트 매직’이라는 유행어가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부임 초기-이란·세르비아 꺾으며 자시감 회복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에서 ‘한국 킬러’ 이란을 2-0으로 완파해 일약 ‘한국 축구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이어 스웨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등 유럽 축구의 전통 강호를 상대로 잇달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실추된 자존심을 되살렸다.
그는 이란전 후반 4-3-3 포메이션을 시험 가동했을 뿐 스웨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전에는 종전의 3-4-3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다.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 급격한 변화를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조원희(23ㆍ수원), 이호(22ㆍ울산)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한 것도 이 시기의 성과다.
해외전훈 초반-포백수비 본격 실험… 가능성 확인
‘월드컵의 해’ 병술년을 맞아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1월15일 유럽파를 제외한 채 K리그와 J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가운데 24명을 선발, 41일간의 장기 해외 원정에 나섰다. 출발 전 공언한대로 그는 그리스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부터 포백(4-Back)수비라인을 토대로 한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 시기 아드보카트호의 특징은 미드필더 세 명을 역삼각형으로 배치했다는 것. 시험 가동한 포백라인은 그리스전에서는 미더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핀란드와의 세번째 평가전에서 무실점 승리(1-0)라는 성과를 일궈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 시기에 ‘진공 청소기’ 김남일(29ㆍ수원)이 오랜 부상에서 벗어나 실전을 치르며 ‘부활’을 알렸고 백지훈(21ㆍ서울)은 조원희, 이호에 이어서 새로운 ‘아드보카트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해외전훈 후반-'수비형 허리 2명' 자리잡아
중동에서 출발한 ‘아드보카트호’의 전지훈련은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이어졌다. 홍콩에서 크로아티아에게 2-0 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지만 덴마크에 1-3으로 역전패, 포백라인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대표팀은 코스타리카, 멕시코와의 평가전을 통해 전술적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고 포백을 기본으로 한 4-3-3 포메이션에 적응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비록 0-1로 패배했지만 일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며 경기를 지배했고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도 우세한 경기 내용을 보이며 1-0으로 승리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쳐진 멕시코전은 적지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승리했다는 것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미드필드 라인의 조합은 역삼각형에서 정삼각형으로 바뀌었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나란히 배치하는 ‘더블 볼란테’ 가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자리를 잡았다. ‘만년 조커’로 불리던 정경호(26ㆍ광주)는 거푸 선발 출장, 주전 도약 가능성을 높였다.
최종선발 후-공수 균형·골 결정력 강화 주력
아드보카트 감독은 8개월여 동안 진행된 ‘옥석 가리기’의 결과를 5월11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직접 발표했다. 14일 파주 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된 태극 전사 23명은 2주간에 걸쳐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을 병행하며 세네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국내 훈련을 통해 강조한 것은 전방위 압박을 통한 볼 점유율 유지와 다양한 공격 루트의 개발. 특히 공수 밸런스 유지를 통한 ‘경기 지배’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진행했다. 또 공격수는 물론 수비수도 열외 없이 슈팅 훈련을 실시하는 등 한국 축구의 ‘고질병’인 골 결정력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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