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설기현(27ㆍ울버햄턴)이 ‘역주행’ 오명 부담을 덜게 됐다.
설기현은 지난 23일 세네갈전서 한국 진영으로 볼을 몰고 가다 세네갈에 빼앗기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했다. 네티즌들은 이 순간을 담은 동영상에 ‘설기현 역주행’이라는 심술궂은 제목을 붙여 비난을 퍼부었다. 설기현은 “좋은 경험이었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처를 받았음은 당연한 일.
그날의 오명을 씻고 싶었던 설기현의 마음이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결승골로 연결됐다. 한국은 전반부터 경기를 압도하며 수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골은 뽑지 못했다. 설기현도 전반 37분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오른쪽을 살짝 벗어났다.
기회가 온 것은 후반 5분. 이천수의 왼쪽 크로스에 이은 안정환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히자 왼쪽에서 득달같이 달려든 설기현이 헤딩으로 골 그물을 갈랐다.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선사한 첫 번째 골. 스코틀랜드로의 출발을 앞두고 선수들의 자신감을 위해서나 국민들의 열망을 위해서나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였기에 그의 골은 더욱 소중했다.
설기현은 2002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던 주인공이지만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상황이 썩 밝지 못했다. 유럽 선수들과 맞설 수 있는 체격 조건과 경험을 갖췄음에도 소속팀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해 신뢰를 주지 못했던 것.
소중한 골을 통해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린 설기현에게 이제 남은 것은 4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는 일 뿐이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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