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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스니아戰 거리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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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스니아戰 거리응원

입력
2006.05.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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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오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이 붉게 물들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축구대표팀이 보스니아_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국내에서의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26일 밤.서울시청 앞과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방방곡곡은 태극전사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 열기로 달아올랐다. 3일전 무승부(1_1)를 기록한 세네갈전의 아쉬움을 털어버리듯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은 하늘을 찔렀다. 대표팀은 2_0의 통쾌한 승리로, 붉은악마들의 응원 열기에 화답했다.

서울시청 앞 녹색 서울광장은 오후 3시부터 붉은 점을 찍기 시작했다. 오후 6시엔 이미 2만여 명이 운집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형 플래카드에 수 놓인 ‘이번엔 4강이 아니라 우승입니다’ ‘당신의 영원한 서포터스가 승리를 기원합니다’란 문구는 거리응원을 나온 이들의 가슴을 붉게 물들였다.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엔 남녀노소가 없었다. 빨간 티, 진홍 빛 스카프와 두건 등으로 온몸을 붉게 치장한 최계화(77) 할아버지는 “4년 전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 달리기로 체력관리를 해왔다”면서 “다시 월드컵을 보게 돼 감격스럽다”고 했다. 마정원(17)양 등 이화여고 학생들도 “리허설 하는 소리 때문에 공부가 손에 안 잡혔는데 거리로 나와보니 너무 좋다. 우리 선수들 너무 멋지다”고 환호했다. 3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신부 히우(21)씨는 “이렇게 열정적인 거리응원은 처음 겪어본다”며 13개월짜리 아기를 안고 응원에 빠져들었다.

시청 앞엔 특별한 손님도 찾아왔다. 미국프로풋볼(NFL)의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30)는 경기 시작 1시간 전 시청 앞 단상에 올라 “한국팀 파이팅~!”을 외쳤다. 축구공을 발로 차 거리응원 나온 시민들에게 전하는 행사를 한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가수 강원래씨도 휠체어를 타고 거리에 나왔다. 그는 “지난번 세네갈전에도 시청에 왔다. 골 넣을 때 기쁨, 골 먹을 때 아픔도 함께 누렸다. 다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좋다”며 기뻐했다.

같은 시각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6만5,000여명을 수용하는 경기장 티켓은 전날 모두 동이 나 경기장 입구엔 암표라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대학원생 강은영(26ㆍ여)씨는 “경기직전 암표 값이 내리면 살 작정”이라며 기대를 놓지 않았다. 경기장 밖에선 입장하지 못한 1만5,000여명이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꼭짓점 댄스를 추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경기장 관중석에선 2만100장의 종이로 만든 사상 최대의 카드섹션이 펼쳐졌다. ‘다시 한번 하나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를 표현한 카드섹션은 “대~한민국” 구호에 맞춰 일제히 들어올려졌다.

후반 5분 설기현의 헤딩 골이 성공하자 경기장과 서울광장 앞은 흥분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주부 이승희(36)씨는 “마음고생을 겪은 설기현이 해낼 줄 알았다”며 “16강 만세”를 외쳤다. 김해마루(20)씨도 “겨우 평가전인데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6월의 함성이 벌써 현실이 된 것 같다”고 흥분했다.

후반 47분 박주영의 골 도움에 힘입은 조재진의 쐐기골로 2_0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전국은 다시 2002년 6월 그날로 돌아갔다. 대학생 강건영(20)씨는 “세네갈전보다 일취월장했다. 오늘 경기를 보니 4강도 꿈이 아닌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권윤미(29ㆍ여)씨는 “날아갈 것 같다. 우승을 향해 가자”고 외쳤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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