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태어난 지 겨우 13개월 지났습니다. 그런데 광고만 나오면 모든 행동을 멈추고 TV에 고정됩니다. 아이들이 TV 광고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대한민국 주부의 육아 고민담 가운데 하나다. ‘자본주의의 꽃’ 광고의 충실한 메신저로서 TV가 거실을 차지한 이래 끊임없이 되풀이 된 질문이다. 사정은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미국이란 주식회사가 찾아낸 황금 시장이다.” 따라서 기업은 아이를 이윤 추구의 대상이자 소비자로 바라볼 뿐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심리학자인 저자의 판단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어린이용품의 마케팅에만 연간 150억 달러(약 14조원) 이상이 투입된다.기업은 ‘(아이의) 잉태에서 무덤까지’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기를 쓴다. 아이들은 눈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광고의 공격을 받는다. 판단력이 어른보다 떨어진 아이들은 15초 짜리 광고 내용을 사실로 믿는다. ‘광고에서 본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 지친 엄마는 할 수 없이 지갑을 열고…’. 이런 모습이 기업이 가장 원하는 바다.
광고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은 이미 자본주의의 포로다. 그러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전쟁이, 여기선 그럴 것 같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책은 두둑한 전비(광고비)로 무장한 적에게 대항하려면 TV를 안방에서, 거실에서 추방하라고 말한다. 책의 주제의식에 공감한다면, 독자나 저자 모두 이 같은 뻔한 결론에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사회적 연대를 제안한다. 학교, 지역, 시장 등 모든 전장(戰場)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 성직자가 할 수 있는 일, 정책 입안자가 할 수 있는 일 등을 세분해 ‘응전’하자고 독려한다. 궁극적으로는 어린이를 ‘공격하는’ 마케팅을 금지하자는 것이 저자의 종전 메시지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