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에선 태어나는 아이는 많지만 오래 사는 사람이 적다. 그러다 보니 연령분포는 저연령층은 많고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적어지는 ‘피라미드형’이 된다.
선진국에선 태어난 아이가 대부분 생존한다. 출생률도 안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연령층과 30~40대 연령층이 비슷한 ‘종(鐘:U자를 거꾸로 한 모습)형’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0~40대에 인구가 몰려 있고 고연령층과 저연령층은 적은 ‘항아리형’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1.08명)이 말해주듯 아이를 낳지 않다 보니, 선진국도 후진국도 아닌 전형적인 일본식 ‘저출산형’ 연령분포를 갖게 된 것이다. 지금 대로 가면 중장년과 노년이 많은 ‘역(逆)피라미드’ 구조가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5년간 70대 초반과 후반 노인은 각각 36.4%, 27.7% 늘었다. 80세 인상 노인은 무려 30% 이상 많아졌다. 노령화의 속도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5~9세 인구는 8% 감소했고, 5세 미만은 무려 23.9%나 줄었다. 출산기피가 점점 더 심해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인구의 한 가운데에 해당하는 나이는 35세. 일본(43세) 프랑스(39세)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36세)과는 대등한 수준이다. 그러나 중간 나이 역시 5년마다 3세씩 높아지고 있어 선진국 추월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유소년인구(0~14세)에 대한 노년인구(65세이상)의 비율, 즉 노령화 지수는 1985년만해도 14.5%, 95년에도 25.8%에 불과했지만 작년엔 48.6%로 급상승했다. 절대수준만 보면 미국 호주에 못 미치지만 속도는 훨씬 빠르다.
미국은 최근 10년간 노령화 지수가 3.2% 포인트(56.1→59.3%), 호주도 12.1% 포인트(52.6→64.7%) 높아지는데 그쳤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2.8% 포인트나 수직 상승했다.
고령화 문제는 시골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도시의 동(洞)지역 노령화 지수는 36.7%지만, 시골 읍.면지역은 108.2%나 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섰다는 것은 우리나라 시골엔 이제 65세 이상 노인이 15세 미만 유소년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거주인구의 중간나이를 봐도 동 지역은 34세, 읍은 35.8세지만, 면은 46.5세나 된다. 특히 면 지역 여성의 중간나이는 50세를 돌파(50.3세)했다. 쉰 살 아낙이 평균 나이밖에는 안 되는 우리나라의 시골은 고령화의 심각성을 잘 드러낸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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