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에서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드라마가 어느 때보다 더 극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산소통 없이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8,000㎙이상의 ‘죽음의 존’이나 예고 없는 눈사태에 대한 두려움도 정상을 향한 도전을 막지 못한다.
계절풍이 불기 직전인 4월 말~5월, 등정의 최적기를 맞아 전세계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로 몰려들었다. 이번 시즌만 티베트 루트에서 53개 원정대가, 네팔쪽에서 29개 원정대가 목숨을 건 등반을 나섰다.
벌써 6명이 에베레스트 눈 속에 생명을 묻었다. 지난해에도 101개 원정대가 도전했다. 1953년 5월29일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정상을 밟은 이후 2003년까지 50년간 연간 평균 40명 정도만이 정상 정복에 성공한 것을 보면 최근 몇 년 새 에베레스트는 수용 인원을 초과하고 있다.
새로운 기록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뉴질랜드 산악인 마크 잉글리스(47)는 16일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으로는 처음 정상에 올랐다. 17일 70세 7개월 13일의 나이로 정상 정복에 성공한 일본 산악인 아라야마 다카오씨는 최고령 등정 기록을 경신했고, 길잡이 겸 짐꾼인 세르파로서 전문 산악인의 에베레스트 등반에 동반해온 네팔의 압파(45)씨는 1989년 이후 16회로 최다 기록을 썼다.
영국에서는 필 & 폴린 샌더슨 부부가 결혼한 커플로는 최초로 함께 정상을 밟았고, 20세의 라이 존스는 에베레스트를 마지막으로 최연소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성공했다.
한국 원정대도 에베레스트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영석(42) 대장은 단일팀으론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횡단에 성공했고, 재미동포 산악인 김명준(63)씨는 한국 최고령 등정 기록을 세웠다.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재학생 졸업생 교사가 팀을 이룬 ‘중동고 원정대’는 한국인 조난자 2명을 구하는 인간애를 발휘했다.
에베레스트에 인간이 몰려들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세르파들은 등ㆍ하산길의 병목 현상을 우려할 정도다.
원정대에게는 늘어나는 조난자도 딜레마다. 잉글리스는 23일 TV 인터뷰에서 하산길에 조난당한 영국인 데이비드 샤프(34)를 발견했으나 도와줄 수 없었다고 고백, 논란을 빚었다. 조난자를 방치한 행위에 대한 비판과 구조에 나서는 게 더 무모한 행동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샤프는 “에베레스트 어디든지 등반가가 널려 있다”며 혼자 등정에 나섰다가 비극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오염 우려도 많다. 원정대가 머물다 간 자리에는 쓰고 버린 산소통 음료수병과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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