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면 폭발하고 모아놓으면 잠잠하다?
한국의 G조 예선 두번째 상대인 프랑스의 스물 아홉 동갑내기 두 공격수 티에리 앙리와 데이비드 트레제게가 레 블뢰(프랑스 국가대표 축구팀 애칭)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1998년 월드컵 우승팀이라는 영예를 안고 출전한 2002년 한ㆍ일 월드컵서 1회전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프랑스로서는 두 공격수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도 “축구 선수의 전성기는 스물 아홉”이라며 희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불안해 하는 프랑스 국민이 더 많다. 심지어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는 25일 “앙리와 트레제게가 힘을 합치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둘은 잉글랜드 프리미엄 리그와 이탈리아 프로 축구 세리에 A에서 최고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앙리는 올 시즌 30골을 뽑아 3년 연속 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트레제게도 23골을 성공시켜 루카 토니(피오렌티나ㆍ이탈리아)에 이어 리그득점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앙리는 21세 젊은 나이에 출전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골을 뽑으며 우승의 주역으로 일약 축구계의 관심을 받았고, 트레제게는 한발 늦은‘유로(유럽축구선수권) 2000’ 결승 연장전에서 골든 골을 극적으로 터뜨려 프랑스를 16년 만에 정상에 올려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둘은 프랑스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 왔다.
신경전만 벌이고 공은 열심히 차지 않았던 것일까. 이상하게도 프랑스 국가 대표팀에서 함께 뛸 때 둘의 득점포는 잠잠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프랑스는 본선 3경기서 단 한번도 상대편 골 네트를 가르지 못했다. 2003년 11월 이후 두 사람이 레 블뢰에서 성공시킨 골은 고작 9개. 앙리는 83번의 슈팅 중 6개, 트레제게는 30회를 시도해 3개 밖에 넣지 못했다. 결국 이 둘의 골 침묵 속에 프랑스는 독일 월드컵 유럽 예선 14경기에서 겨우 10골을 넣었다. 일부의 지적처럼“적당한 경쟁심은 서로를 자극해 전투력을 높이지만 이들은 지나치면 상대를 의식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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