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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유산 아름다운 기부

입력
2006.05.2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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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음악인이 타계하면서 후배 연주자들에게 남긴 유산이 고인의 뜻에 따라 신장병 환자들을 돕는 데 쓰이게 됐다.

2월 마드리 실내악단원들은 악단을 만든 바이올리니스트 박민종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88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면서 남긴 유언을 듣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가 서울대 음대 학장 시절인 1983년 20여 명의 여학생 제자들로 창단한 이 악단의 발전기금으로 3억원의 유산을 남겼던 것이다. 자신의 피붙이인 2남 1녀 각각에게 남긴 유산과 똑 같은 몫이었다.

마드리 실내악단은 25일 발전기금 중 6,000만원을 신장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신장학회에 쾌척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고인의 뜻을 이어가려는 취지에 단원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마드리의 23년 전 창단 연주회도 신장병을 앓고 있던 한 여성 음악가를 위한 자선음악회였다.

창단 단원인 이순자(58ㆍ첼리스트)씨는 “선생님이 평소 ‘마드리에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고 하셨고, 돌아가시기 이틀 전 뵈었을 때 ‘약간의 돈을 남기겠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큰 돈을 남기신 것을 뒤늦게 알고 나서 단원들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씨는 “선생님의 자녀가 다 외국에 있어 단원들이 대신 자주 찾아 뵙곤 했는데, 마드리를 자식처럼 여기셨던 것 같다”고 했다.

‘음악계의 신사’로 불렸던 고인은 생전에 후학에게 “음악인도 기부 문화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드리 단원들은 고인을 “부지런하고 학구적이었으며, 청렴하게 살다 간 분”으로 기억한다. 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이 10여년 간 의식불명인 채 누워있을 때 마드리 단원들이 찾아오면 늘 인사를 시키고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다정한 남편이기도 했다.

고인은 국내 바이올리니스트 1세대로 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지휘와 작곡도 했다. 마드리는 25일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정기연주회에서 그의 작품인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나티네’로 고인을 추모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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