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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숲속의 보물찾기 - 들꽃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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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숲속의 보물찾기 - 들꽃 나들이

입력
2006.05.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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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꽃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해 땅으로 스며들었다.

매화, 벚꽃, 진달래 등이 한껏 흐드러진 이후, 나무의 꽃들이 거의 사라진 지금 초록으로 물든 산의 바닥이 대신해 수천 수만의 작은 꽃송이로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본격적인 들의 꽃, 야생의 꽃의 계절이다.

누군가 마음을 주고싶은 사람이 생기면 그 마음을 담아 보내는 선물로 꽃을 집어 들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 순수한 것이 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정겨운 우리의 꽃이라면 순수함은 배가 된다.

주변의 들판에도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들꽃이라도 저 먼 산 높은 곳의 꽃들은 자태가 다르다. 하늘과 가까운 그곳의 꽃은 깜깜한 밤에 반짝이는 별들을 닮았다. 그저 메마른 어감의 ‘들꽃’이나 ‘야생화’라고 한데 묶어 표현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그 꽃들은 너무나 곱고 영롱하다.

겨울 흰 눈을 뚫고 솟은 복수초, 앉은부채, 한계령풀 등을 시작으로 이제 고원의 짙어가는 초록 속에 분분이 화사한 색을 앉히고 있는 꽃들. 나뭇가지가 아닌 땅에서 직접 솟아오른 키 작은 꽃들을 만나러 하늘의 정원으로 향했다.

평창의 선자령, 태백의 분주령으로 무작정 나선 꽃나들이. 그동안 꽃에 무관심했던 초보자에겐 꽃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키가 작은 꽃들이라 눈을 낮춰야 한다. 허리를 굽히고 풀들 사이를 유심히 지켜보니 그제서야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초록이 저 많은 색들을 품속에 숨기고 있을 줄이야. 몸을 숙이고 마음을 낮추니 눈부시도록 고운 꽃들의 세상이 펼쳐졌다. 고원으로 떠난 꽃구경은 행복한 숲속의 보물찾기다.

▲ 천남성

잎인가 꽃인가. 제비꼬리 모양의 챙모자를 눌러 쓴듯한 독특한 모양이다. 한방에서 중요한 약재로 사용하지만 생명에 위협을 줄 만큼 독성이 강하다. 무심히 잎을 따기만 해도 가렵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 할미꽃

꽃이 피고 난 뒤 열매를 덮은 흰색 털이 할머니의 부수수한 머리카락과 닮았다고 이름이 붙었다. 바람이 적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뿌리를 내리는 할미꽃은 그래서 묘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 괭이눈

봄 햇살에 지긋이 눈을 감은 고양의 눈을 닮았다는 걸까. 노란 꽃은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잎까지 노랗게 물들게 한다. 꽃의 크기를 크게 보이게 해 곤충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 얼레지

백합과의 다년초로 깊은 숲 속 나무 그늘에서 잘 자란다. 꽃봉오리는 여섯 장의 꽃잎을 활짝 펼치는데 여느 꽃과 달리 꽃잎은 뒷면이 서로 닿을 정도로 완전히 뒤로 젖혀진다. 수술은 땅으로 꽃잎은 하늘로 서로를 소통한다.

▲ 산괴불주머니

산괴불주머니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숲속에 숨어있는 꽃이 아니라 숲의 들머리, 계곡의 물가에서 무리 지어 피는 꽃이다. 이름 봄에 피기 시작해 다른 봄꽃이 질 때까지 오래도록 볼 수 있다.

▲ 현호색

꽃잎의 모양만을 본다면 여름 도심의 화단을 메우는 깨꽃(샐비어)를 닮았다. 다양한 여러 색의 현호색 꽃이 한데 모여 핀다. 연보라, 푸른빛의 보라, 분홍빛의 보라 등 환상적인 보라색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 노랑무늬붓꽃

붓꽃중 높은 산에서 이른 봄에 드물게 만나는 희귀식물이다. 흰색 꽃잎에 노란색 무늬가 수놓아져 있다. 꽃잎의 선에서 풍류가 느껴진다. 최근 멸종위기에 처해있던 것을 산림청에서 인공 증식 등을 통해 살리기에 나섰다고 한다.

평창ㆍ태백=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고원의 꽃세상/ 선자령·분주령

흙과 물, 볕이 있으면 꽃들은 핀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움트기 시작한 야생화는 가을의 서리 내릴 때까지 그 종류를 달리하며 릴레이 경주를 하듯 피어날 것이다. 인적 드문 높은 산자락에서 이제껏 ‘토종’의 기운을 지켜가며 야생화를 피워낸 2곳을 소개한다. 둘다 해발 1,000m 이상의 바람이 거센 곳이다. 꽃들은 나무도 자라기 힘든 그곳이 자신들에겐 천국임을 눈부신 색으로 증명하고 있다.

▲ 선자령

선자령은 겨울에 더 유명하다. 눈꽃 트레킹 명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이 아니어도 선자령은 눈꽃 만큼이나 반짝이는 보물을 숨기고 있다. 그건 야생화다.

선자령 트레킹은 지금은 잊혀진 옛 영동고속도로변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한다. 대관령휴게소 뒤편에서 대관령 기상대, KT 중계소를 지나 한국공항공사 강원항공무선지표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차를 댈 곳이 마땅치 않고, 교행이 불가능한 좁은 길이라 찾는 이가 많은 주말에는 휴게소에 차를 대고 걸어가는 게 낫다. 오르막이 급하지 않아 수월한 편이다.

강원항공무선지표를 지나 이어지는 평탄한 산책길에는 요즘 산나물을 캐러 나온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길섶에는 얼레지가 고개를 내밀고, 바람꽃이 하늘거린다.

길가의 야생화를 구경하며 발걸음을 잇다 보면 나무들이 우거진 숲을 만난다. 이제까지 드문드문 감질나게 피어있던 꽃들이 이곳에선 떼를 지어 땅을 덮었다. 음습한 나무 그늘 아래 샛노란 피나물꽃이 지천이고 얼레지, 바람꽃 등도 꽃사태 대열에 참여해 함께 아우성이다.

일부러 꾸며 놓을래도 그러기 힘든 완벽한 정원이다.

숲을 지나면 다시 초지가 펼쳐지고 정상 가는 길에 새봉을 지나친다. 바람이 많아 새가 쉬어갈 수 없다고 해서 역설적으로 붙여진 이름이란다.

▲ 분주령

태백과 정선에 자락을 펼친 함백산도 야생화의 보고. 그 중 금대봉~분주령 구간이 들꽃 구경의 하이라이트다. 이 구간에는 한계령풀, 대성쓴풀 등 희귀식물이 자라고 하늘다람쥐 등이 서식하고 있어 126만평 넓은 지역이 자연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만큼 때묻지 않은 야생의 땅이다.

산에는 주목을 비롯해 다양한 수종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괴불주머니, 기린초, 벌깨덩굴, 개불알꽃 등 이름도 정겨운 우리나라 야생화들이 계절을 바꿔가며 피고 진다. 등산로 주변 흐드러진 야생화 때문에 발걸음을 조심해야 할 지경이다.

야생화 트레킹의 시작은 두문동재(1,268m)다. 이곳에서 금대봉 정상과 고목나무샘을 지나 분주령에서 검룡소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 트레킹 코스다. 오르막이 크게 없어 어렵지 않고, 한걸음 걸을 때마다 눈을 사로잡는 야생화 때문에 저절로 천천히 가게 된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에 가는 길은 비포장 임도. 이 길 옆에도 꽃들이 많다. 산괴불주머니는 군락을 이뤘고 양지바른 곳에는 양지꽃 할미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헬기착륙장을 지나 오른편 숲으로 들어서면 선자령에서 봤던 천상의 화원이 펼쳐진다. 피나물꽃, 얼레지, 바람꽃 등 꽃의 수와 종류가 선자령의 그곳 이상이다. 급한 경사를 조심스레 내려오면 녹색의 이끼 잔뜩 입은 고목나무샘이다. 한강의 발원지가 검룡소라면 그 검룡소로 들어가는 물줄기가 바로 이 고목나무샘. 한강의 할아버지 격이다.

야생화 트레킹 전문인 승우여행사는 매주 토ㆍ일요일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분지, 고목나무샘을 거쳐 검룡소에 이르는 ‘분주령 야생화 트레킹’을 떠난다. 참가비 3만8,000원. (02)720-8311.

평창ㆍ태백=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식물원/ 야생화 초보 코스

꽃을 잘 모르면서 산과 들을 헤매며 야생화를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야생화 초보가 꽃을 제대로 보고 익히려면 식물원이 편하다. 식물원에서 운영하는 야생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꽃과 보다 쉽게 친해질 수 있다.

● 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 www.kbotanic.co.kr

오대산 자락 진고개길에 위치한 국내에서 자생하는 꽃과 나무로만 조성한 식물원. 원래 솜다리(에델바이스)를 대량 증식하기 위한 농장이었으나 자생식물 전체로 재배를 확대하고 1997년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다. 3만3,000여 평의 터에 자생 식물 1,400여종이 자란다. 관람객에게 꽃씨를 나눠준다. 어른 5,000원, 어린이 2,000원. (033)332-7069

● 용인 한택식물원 www.hantak.co.kr

20여 만평 규모에 자생식물 2,400종과 외래식물 5,900종 등 8,300종 730만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온실도 인기 관람코스다. 매 주말 가든투어에 참여하면 야생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는데 동원만 개방된다. 어른 8,500원(주말), 어린이 5,000원. (031)333-3558

● 포천 뷰식물원 www.viewgarden.co.kr

바보식물원이 지난달 말 뷰식물원으로 재개장했다. 2만 여평 규모. 식물원이라기 보다는 정원에 가깝다. 무지개동산, 백합원, 구근정원, 양귀비들판, 허브정원, 십지원 등으로 테마정원으로 구성됐다.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031)534-1136

● 꽃무지풀무지 야생수목원 www.gapyeongwildgarden.co.kr

가평 대금산 자락에 우리 자생의 꽃과 나무만으로 가꾼 곳. 1만5,000평 작은 규모지만 고유의 야생화 1,000여 종을 만날 수 있다. 산채원, 향기원, 밭작물원, 수생식물원, 습지원 등 14개 테마로 나뉘어졌다. 어른 5,000원, 학생 3,000원. 입장료를 내면 간이 화분에 담긴 야생화를 하나씩 나눠준다. (031)585-4875

● 아침고요 원예수목원 www.morningcalm.co.kr

경기 가평군 축령산 기슭에 위치. 영화 편지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졌다. 10만평 규모에 1,760여 종이 자란다. 침엽수정원, 능수정원, 허브정원 등 한국의 미를 최대한 반영한 19개의 아름다운 주제정원으로 구성됐다. 분재정원과 야생화정원은 관람객의 필수 코스. 어른 8,000원(주말), 중고생 5,000원, 어린이 4,000원. (031)584-6702~3

● 여주 해여림식물원 www.haeyeorim.co.kr

지난해 개장한 식물원이다. 5만평에 2,700여 종의 초본류와 1,300여 종의 목본류 등 4,000여 종이 생태별 주제별로 조성돼있다. 테마동산은 희망동산 행복동산 지혜연 사랑연 천연지 같은 우리말로 이름이 지어졌다. 어른 6,000원, 어린이 4,000원. (031)882-1700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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