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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5·31 D-5/ 與 비상총회 "싹쓸이 막아주세요" 읍소

입력
2006.05.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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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열린우리당 영등포당사. 지방선거를 불과 엿새 앞두고 열린 의원ㆍ당직자 비상총회는 여당의 참담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회의장 안팎은 ‘백약이 무효’라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150여명의 의원ㆍ당직자가 득표운동을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쪼개 참석은 했지만, 그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이날 총회에선 시종일관 대국민 읍소가 이어졌다. 정동영 의장은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하게 될 텐데 이는 민주ㆍ평화세력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11년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했다. 참석자 전원은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회의장 벽면에는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실제로 이날 보고된 16개 시도당의 판세 분석 내용도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염동연 사무총장은 “기초단체장 230곳 가운데 승리가 확실시되는 곳은 2곳 뿐이고 그나마 접전지역도 20여곳 뿐”이라고 전했고,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인 오영식 의원도 “서울시내 25개 구청장은 전패가 확실하다”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대국민 호소문에도 “일찍이 평화ㆍ민주세력에 대한 여론이 이처럼 차가운 적이 없었음을 잘 알고 있으며 국민이 주시는 어떠한 매도 달게 받겠다. 그러나 우리당이 아무리 부족하더라도 며칠만 매를 거두시고 우리당의 검증된 일꾼들을 외면하지는 말아달라”는 간곡한 당부가 주를 이뤘다.

비공개로 진행된 자유토론에선 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분란으로 비칠 만한 언행이 난무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원로들이 나서 단합과 결속을 독려했다.

조세형 상임고문은 “승패를 떠나 지켜야 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말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국회의장 후보로 내정된 임채정 의원도 “솔직히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겠지만 지금 열심히 뛰지 않으면 2년 후에 국민이 다 기억한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회의장 바깥에선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비관론이 적지 않았다. 충청지역 한 초선 의원은 “이미 민심은 우리당을 떠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한 재선의원은 “어중간한 결과가 나오느니 차라리 참패해서 새로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고위당직자는 “사실상 정 의장이 선거 이후의 책임론 등을 감안해 내부 단속용으로 개최한 회의 아니냐”며 총회의 의미 자체를 폄하하기도 했다.

정 의장이 전날 제기한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표출됐다. 염 총장은 “호남에 갔으니 호남인들에 대한 답례인사를 한 것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에 정 의장이 그런 행보를 보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종석, 조경태 의원 등도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정략적으로 왜곡될 소지를 경계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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