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독일월드컵 대표팀의 첫 평가전은 결코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개인기와 체력이 뛰어난 세네갈을 상대로 ‘젊은 피’들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예상을 깨고 김두현(24ㆍ성남), 이호(22ㆍ울산), 백지훈(21ㆍ서울) 등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선발 출장시키는 ‘깜짝 수’를 던졌다. 이미 검증이 끝났을 뿐 아니라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박지성(25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을용(31ㆍ트라브존스포르), 김남일(29ㆍ수원) 등 베테랑들의 백업 멤버로서 이들의 활용도를 점검하자는 취지였다.
경기 초반 체격과 스피드가 좋은 세네갈의 강한 압박에 당황한 이들은 우왕좌왕하며 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공수의 연결 고리를 해야 할 미드필드진이 흔들리자 전체적인 공수 밸런스가 깨졌고 대표팀은 전반 내내 세네갈의 강한 공세에 시달리며 수 차례 맞은 실점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이들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호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투쟁심을 발휘, 중원 지배권을 탈환했고 전반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백지훈은 날카로운 패싱과 과감한 슈팅으로 공세를 주도했다. 후반 5분 역습 전환시 오른쪽 미드필더로 침투하는 이천수에게 날카로운 대각선 패스를 찔러줘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만들었고 종료 직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회심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두현은 플레이메이킹 능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후반 29분 전매 특허인 벼락 같은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캐넌 슈터’의 명성을 확인했다.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박주영(21ㆍ서울)도 김두현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조커’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대표팀을 소집하며 ‘선발과 백업의 기량 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소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실전을 통해 이들 ‘영건’들의 기량을 좀 더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의도인 듯 하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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