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달뜬 연인의 만남에는 아무 장애가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과연 국경과 신분과 성격의 차이를 넘어서는, 진정한 사랑이란 가능한 것일까. 일본영화 ‘언러브드’ (원제 Unloved)는 냉정하게 아니라고 선언한다.
말단 공무원 미츠코(모리구치 요코)는 현재의 삶을 사랑한다. 승진에 대한 욕구도, 돈에 대한 욕심도 없다. 그런 그녀에게 부유한 벤처 사업가 가츠노(나카무라 도오루)가 비싼 옷과 고급 주택을 내밀며 접근한다. 그러나 미츠코는 ‘백마 탄 왕자’를 거부한다. 그 동안 유지해온 삶의 방식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처럼 허름한 인생을 사는 이웃 남자 시모카와(마츠오카 순스케)에게 애정 공세를 펼친다. 눈높이가 비슷한 남자라면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시모카와는 왜 미츠코가 상류층 남자 대신 자기를 선택했는지 열패감에 휩싸인 채 신분 상승을 욕망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든 영화는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역설적 자화상을 그려낸다. 좋은 학벌과 재력 등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어 보이는 가츠노, 작은 것에 감사하는 검소한 미츠코, 보잘 것 없는 ‘하류인생’이지만 순수하기 그지없는 사모카와. 이들은 사랑에 자신을 던질 수가 없다. 자신의 세계를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자의식 때문이다. 감독의 시선은 서로 다른 성장 과정과 신분적 차이 때문에 생긴 자의식의 불협화음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사랑이란 결국 낭만주의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네(미츠코)가 나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내가 너를 선택한다”는 시모카와의 마지막 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계속 어긋나던 남녀가 비로소 인식의 합일을 보는 듯하지만 착각이다. 내가 너를 선택했기에 나의 삶에 너를 끼워 맞추겠다는 것, 이제는 네가 원하는 식의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이다. 닿을 수 없는 사랑의 평행선, 안타깝지만 모든 연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영화는 마침표를 찍는다.
중견 감독 만다 구니토시는 이 장편 데뷔작으로 2001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국제비평가상을 받았다. 24일 개봉, 15세.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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