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말 처럼 증시에도 ‘외국인 따라 주식 한다’말이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뛰어든 이후 정보력과 자금력이 풍부한 그들만 따라 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검증된 격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의 집중적인 ‘팔자’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는데도, 토종 세력인 개인과 기관은 오히려 ‘사자’에 나서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1992년 시장개방 이후 외국인에게 끌려다니던 국내 증시의 ‘독립선언’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한다.
24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794억원을 순매도, 11일째 매도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 달 25일 본격적인 매도세가 시작된 이후 20 영업일 중 무려 19일 동안 매물을 토해낸 것이다. 외국인은 이 기간 동안 5조781억원을 팔아치워 이날 현재 1조1,89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코스피지수는 지난 11일(1,464.70)을 정점으로 연일 속락세를 보이며 130 포인트 이상 밀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 같은 매도 공세를 세계경제 둔화 전망에 따른 차익 실현과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면 토종 세력들은 이 기간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과거 같으며 외국인의 매도세에 덩달아 투매에 나섰을 개인과 기관들이 외국인과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매수에 나선 것.
지난 달 25일 이후 개인은 1조5,170억원을, 기관은 1조6,050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거둬들인 셈이다. 특히 투신권는 23일 4,892억원을 매입하는 등 총 1조5,663억원을 사들여 지수 추가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토종세력이 과거 외국인에 부화뇌동 하던 투자 패턴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토종세력이 주도하는 장이 될 것”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해 8월부터 외국인이 줄기차게 매도공세를 펼쳤지만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며 1,460선까지 올라갔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현 시점을 ‘증시 독립’의 초창기라고 평가한 그는 “외국인이 시가 총액의 40%를 보유하고 있어 독립 초기에는 진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며 “향후 주가는 1,200~1,250선을 바닥으로 다시 반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김상수 투자전략팀장도 “현 상황은 국내 수급의 독립으로 볼 수 있다”며 “외국인은 구조적으로 더 이상 국내 증시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대신 “국내 수급의 경우 고령화 사회의 진행에 따라 구조적으로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특히 간접상품인 펀드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