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先軍) 정치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에서 군부는 남북관계의 고비고비마다 제동을 걸어왔다.
특히 철도개통에는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에도 남북은 경제협력추진위를 통해 철도 시험운행에 합의했지만, 매번 북한 군부의 반대에 가로 막혔다. 철도개통이 가져올 개방의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 군부는 군사보장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철도운행을 저지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군사보장 합의서를 체결하자는 남측 제의에 대해서는 서해상의 불가침경계선 설정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우선 논의하자고 버티고 있다.
18일 끝난 4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도 북측은 “북방한계선(NLL)을 고수하면서 일시적으로 군사 보장합의서를 체결하자는 남측 주장은 모순”이라며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군부가 철도운행에 제동을 거는 본심은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긴장완화를 원하지 않는 군부로서는 개성과 금강산을 개방하고 유사시 ‘진격로’까지 열어주는 경협이 반가울 리 없을 것이다.
북한군 내부에서는 “우리는 경협을 위해 핵심 군사로까지 개방했는데 남측은 북침을 위한 한미연례군사연습을 포기하지 않고있다”는 불만이 공공연하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 카드를 꺼낸 것도 미국을 향한 압박과 함께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겨냥한 군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고유환 동국대(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군부가 여전히 체제수호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과시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협을 위해 북측이 포기하는 것에 비해 남측의 지원이 미미하다는 북한 내부의 불만과 실망도 군부 반발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을 개방하면서 얻는 이득이 기껏 5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북한 내부에 실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군부의 강경기류는 조명록(78) 군 총정치국장이나 김일철(76) 인민무력부장보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장방문을 빈번히 수행하면서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리명수(69)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현철해(72) 총정치국 부국장 등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