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가던 한 작은 출판사를 시인들이 살렸다. 출판사는 보답과 새 출발의 의지를 담아 시문학상을 제정했다. 2002년 문을 연 ‘천년의시작’이 그 출판사고, ‘시작(詩作)문학상’이 그 상이다.
김태석씨가 출판사를 연 건 4년 전이다.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문창과를 나와 14년 간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기획 일을 해오던 그가 “시와 더불어 숨 쉬는 데 제 모은 인생을 거는 심정”으로 시작한 출판사였다. 초라한 자본금으로 문단의 친분과 출판업계 안면만 믿고 덜컥 벌인 일이었으니 버거웠을 것이다. 그 버거움에도 출판사는 그 새 65권의 ‘시작시인선’과 비평선ㆍ산문선ㆍ소설선 13권, 인문총서 2권을 냈다.
“천년을 움직이는 젊은 영혼의 시”를 표방하며 함께 창간한 계간지 ‘시작’도 통권 17호(2006 여름호)를 냈다. 출판사와 계간지는 그 어렵다는 시 시장에서도 “기성 시인들의 명망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수용하기 위한 출판 기획”(홍용희)의 원칙에 비교적 충실했다.
올 초 그 열정이 경쟁 자본주의의 벽에 부딪쳐 주저앉게 되자 시인 20여 명이 동참했다. 1인당 1,000만원씩을 출자, 주식회사 ‘천년의 시작’ 주주로 어깨 겯고 나선 것이다. 계간 ‘시작’의 편집주간인 이재무 시인, 편집위원인 평론가 유성호 홍용희 김춘식씨 등이 앞장을 섰고, 불필요한 뒷말의 도마에 오르기 싫어 이름을 밝히기 않기로 한 여러 시인들이 뒤를 받쳤다.
다시 지핀 열정이 더 큰 불꽃으로 타오르도록, 출판사는 내년 2월 1회 수상자를 낼 ‘시작문학상’(상금 1,000만원)을 제정했다. “젊고 도전적인 그리고 아름다운 시의 정신”을 구현한 시집에 주는 상이다.
출판사 새 식구들은 23일 저녁 조촐한 잔치를 열고 새 ‘천년의시작’을 자축했다. 개인 출판사 오너에서 주식회사 사장이 된 김태석씨는 ‘문학적 선명성’과 ‘주주 이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아야 하는 만큼 일도, 생각도 더 많아졌다. 그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단행본 사업 기획, 이를테면 아동 학습 만화 출판 등 여러 구상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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