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안기부 X파일’ 파문을 일으켰던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대화 내용이 담긴 CD를 법원이 직접 청취, 감정에 나선다.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부장 김득환)는 “26일 법원 내 영상실에서 이 본부장과 홍 전 대사의 대화 내용이 담긴 CD를 직접 청취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기자가 CD감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대화 내용을 직접 들어봄으로써 대화 당시의 정황과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사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될 경우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판부 소속 판사, 이 기자, 담당 검사 등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 비공개로 감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지난 달 열린 첫 재판에서 “재판부가 대화 내용을 적은 녹취록만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대화 내용을 직접 들어 분위기 등을 파악, 보도의 필요성이 있는지 판단해 달라”며 감정 신청을 냈다.
한편 이 본부장과 홍 전 대사 측은 22일 재판부에 CD 감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이 기자의 보도로 인해 사생활이 침해된 피해자”라며 “CD를 감정할 경우 추가로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검증을 요구하는 이 기자에게 정치적 선동의 목적이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CD 감정에 대한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던 검찰은 공식적인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CD의 내용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검증할 필요는 없지만 재판부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 본부장과 홍 전 대사의 대화 내용이 담긴 CD를 2004년 말 재미교포 박인회씨로부터 받은 뒤 지난해 7월 내용을 보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CD는 1997년 이 본부장과 홍 전 대사가 만나 대선 자금 전달 대상과 액수, 시기 등에 대해 협의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기자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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