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습격 사건의 피의자 지충호(50)씨를 둘러싼 크고 작은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씨의 씀씀이가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신분에 걸맞지 않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 당초 습격 대상이 박 대표가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였다는 진술, 지씨의 공범과 배후에 대한 추측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정치적 성격으로 인해 실체보다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적 목적의 테러라고 하기에는 범행으로 얻을 실익이 없는 데다 뻔히 결과가 예상되는 짓을 조직적으로 했겠느냐는 것이다.
현금서비스가 ‘배후’의 열쇠?
23일 드러난 지씨의 120만원 현금서비스 사실은 지씨의 범행에 배후가 있는지를 밝혀 줄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최우선적으로 규명해야 할 부분은 지씨가 현금서비스 대금을 갚았는지 여부. 청송감호소를 갓 출소해 마땅한 직업과 수입원이 없던 지씨를 누군가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다면, 또 그 돈을 대신 갚아줬다면 그 사람이 배후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금을 갚지 않았을 경우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배후 의혹은 다소 수그러들 수 있다.
지금껏 제기된 의혹들은 지씨가 누군가로부터 지원 받았을 개연성을 높여 왔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매달 18만원의 보조금을 받아온 지씨가 70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휴대폰(DMB폰)을 구입하고 통화료로 1개월에 15만원 가량을 지출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씨가 직접 현금서비스로 120만원을 빌려 사용했다면 배후 없이도 이런 의혹들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박 대표 공격은 우발적?
수사팀은 지씨의 친구 정모씨에게서 “지씨가 (박 대표가 아닌) 오 후보를 겨냥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씨도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예비 대선주자에 대한 습격’이 실제로는 우발적인 사건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씨는 “그럼 왜 박 대표를 습격했느냐”는 질문엔 과거 5공 정권 시절 겪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5공 정권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이 범행동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것으로 읽힌다.
현장에 공범이 있었나?
지씨가 사건 현장 부근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6개 산 것으로 드러나 공범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수사팀은 “폐쇄회로 TV를 확인한 결과, 1시간 30분 동안 2개씩 3차례에 걸쳐 샀다”며 “지씨가 당뇨를 앓고 있어 단 것을 자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난동을 피웠다가 지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모씨의 공모 흔적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법원은 박씨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지씨와 박씨의 직업, 거주지, 경력 등에 비춰볼 때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이 지씨의 과거 전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지씨의 영장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교정 공무원과 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을 폭행하는 등 반(反)사회적 성격이 심각하다”고 적었다. 지씨의 폭력성이 사건의 큰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단독 범행으로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수사팀은 한나라당 인사들이 주축이긴 하지만 목격자들한테서 “박씨 외에도 5명의 가담자가 더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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