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부모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일어났다(20일자 8면). 이번일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를 포함한 학교간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했던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급식실 규모 때문에 학생들에게 식사를 서두르도록 재촉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했다면 우선 학부모에게 그 같은 현실에 대해 알렸어야 했다.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불편을 감수해줄것을 양해를 구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더 우려되는 점은 학부모들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학교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학부모는 비록 교사가 없는 자리에서라도 자녀들에게 자연스레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줘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를 교사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바란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내가 초임 교사였던 시절 가정방문을 나가면 거의 내 부모 연배의 학부모들은 나 같은 풋내기 교사조차 깎듯이 예를 갖추어 맞아주시곤 했다. 이같은 모습이 학생들에게 자연스러운 생활지도가 됐으며, 교실에서의 사제관계에도 긍정적 효과를 끼쳤음은 물론이다.
교육현장에 여전히 이런저런 문제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학교, 학부모의 입김에 몸살을 앓는 학교가 있다면 그곳에서 교육의 희망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호천^충남 당진 송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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