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05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산율은 전년의 1.16명에서 1.08명으로 줄었다. 홍콩(0.95명)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경제를 유지하고 안보를 지키려면 어느 정도의 인구가 필요하다며 우려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허나 연애, 결혼, 출산, 육아, 교육 등 개인과 가정의 사정과 형편에 좌우될 내밀한 사적 영역을 국가정책으로 다스리는 데는 애당초 한계가 있다. 한국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나라 꼴을 갖춘 나라들은 모두 저출산의 고민을 안고 있다. 아기를 낳고 기르기 편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비슷해서 육아보조금 출산휴가 등 유사한 장려책이 나온다.
각국의 저출산과 인구동태에 관한 고민이 늘어나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저출산 뿐만 아니라 남녀간 성비(性比)도 심각한 문제라는 글이 외신에 많이 등장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3ㆍ4월호는 한 자녀 갖기의 가족계획에 남아선호가 겹쳐 출산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나타내는 출생성비가 120명에 이른다는 중국을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신부 납치와 매매가 횡행하고, “남초(男超)가 극단적인 민족주의로 연결돼 정치적 불안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남초현상이 심한 나라로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대만 싱가포르에다 한국까지 거명했다.
통계청에 물어보니 2004년 한국의 출생성비는 108.2명이다. 중국 만큼은 아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남자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현상은 여전하다. 여기에 취직을 못했다거나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장가를 못 가는 총각, 일자리를 놓기 아까워 시집가기를 늦추는 처녀가 늘고 있는 세태를 더해 보면 혼인 적령기 한국 남자가 짝을 찾을 확률은 더욱 낮아질 개연성이 크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짝짓기를 해야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정한 이치다. 약탈혼을 할 수 없는 한 외국에서 신부감을 데려와야 한다.
외국서 온 신부는 지난 17일 4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도 화제가 됐다. 남측 한민구 수석대표가 “농촌인구가 줄어 총각들이 몽골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처녀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담을 건넸다. 북측 김영철 단장은 “우리는 하나의 혈통을 중시해 왔다. 민족의 단일성이 사라질까 걱정이다”고 정색을 했다고 한다.
다시 통계청에 물어보니 북한의 출생성비는 알기가 어렵다고 한다. 다만 2004년 여자 100명당 남자 수를 나타내는 성비는 남한이 101.6명으로 남자가 더 많은 반면, 북한은 96.7로 여자가 더 많다. 남남북녀(南男北女)가 맺어질 수 있다면 한국의 성비 고민이나 북측 대표의 혈통 걱정은 해결될 것이라는 상상도 해 볼만 하다.
이런 상상력의 작동은 ‘세계 금융시장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별명을 가진 투자가 짐 로저스의 세계 일주기에도 등장한다. 1999년 5월에 한국에 도착한 로저스는 “한국을 여행하며 수많은 어린이들을 봤다. 그런데 여자아이들의 숫자가 모자랐다”는데 착안했다. 구경꾼인 그의 훈수는 이렇다.
“한국의 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현상은 한반도의 통일에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한국의 남성들은 자신들과 같은 모습의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정말로 한국 남성이 원하는 여성은 북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짐 로저스의 어드벤쳐 캐피털리스터’, 굿모닝북스)
신윤석 국제부장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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