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돌아가며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정책 실패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시장에 대한 강한 압박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전망은 엇갈린다. 거품 붕괴론과 부동산 불패론이 맞서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더 이상 주거(住居)의 문제로 설명할 수 없다. 경제 양극화의 핵심 지표이며 시장 자본주의의 미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정부의 잇따른 경고가 지나가는 소나기에 그칠지, 장맛비의 시작인지 알기 어렵다. 어느 쪽이든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혼란은 피할 수 없었을까? 정부의 정책 실패와 시장 실패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언론도 이런 혼란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은 사람들이 세상사를 합리적으로 이해, 판단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낯선 곳을 찾아가는 여행자가, 항해하는 선원이 참고할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지도가 부실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보라. 사람은 언론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언론 보도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거품을 둘러싼 혼란의 기저(基底)에는 ‘언론 실패’도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
언론의 부동산 보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여 왔다.
첫째, 시황(市況) 중심의 단순 중계보도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몇 % 올랐다거나, 개발 호재로 특정 지역 토지 가격이 올랐다는 식의 보도가 주조를 이뤘다. 어떤 언론사는 홈페이지에 부동산 코너를 만들어 친절하게 아파트 매매 상담을 하고 있다. 일견 언론의 정보 제공 역할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으론 부족하다.
사회 현상은 대개 표면적 진실과 구조적 진실이 맞물려 있다. 시황 중심의 가격 보도는 표면적 진실에 해당한다. 궁금한 것은 구조적 진실이다. 가격 기능을 왜곡하는 요인은 없는지, 가격 정보가 모두에게 투명하고 공평하게 제시되었는지 등의 구조적 진실에 대한 보도는 인색하다.
둘째, 정부 관계자나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단순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다. 정부의 정책 발표 내용을 전한 뒤 부동산 중개업자나 재테크 전문가를 통해 시장의 단기적 반응을 덧붙이는 것이 부동산 뉴스의 기본 포맷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뉴스가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정부 정책이 적절한 것인지,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점은 없는지, 중개업자가 적절한 뉴스원이 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밀도 있게 고민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대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발품을 팔아라”는 중개업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셋째,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공론의 장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시장 자본주의의 합리적 성장을 위해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종합적인 시각을 제시하지 못했다.
사회 내의 다양한 의견을 소화하는 공론 형성 기능이 부족했다.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유주택자의 고민은 무엇인지, 무주택자나 다음 세대가 안게 될 재산상의 손실이나 침해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중지를 모아가는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부동산 문제에 소모하고 있다. 그러나 만족하는 사람보다 불만인 사람이 훨씬 많다. 정책 실패와 시장 실패, 언론 실패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문제는 사회적 현안이 된지 오래다. 이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라면, 그 책임의 일정 부분은 언론에게도 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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