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회보호법 폐지로 강력범 전과자들이 보호감호소에서 대거 가출소했지만, 정작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호관찰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재범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사회보호법 폐지에 앞서 보호감호 대상자를 3년간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대거 가출소시켰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문구용 칼로 공격한 지충호씨도 그 중 한명이었다.
4월 기준으로 보호관찰 대상 가출소자는 1,065명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의 지도ㆍ감독 및 방문에 응해야 하며, 주거지를 옮기거나 한달 이상 여행을 할 때는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이 보호관찰에 응하지 않아도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인권침해를 이유로 사회보호법이 폐지됐는데 가출소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보호관찰 당국의 온정주의도 깔려 있다.
보호관찰법 상 집행유예나 가석방자가 보호관찰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0일간 신병을 유치(留置ㆍ일종의 구금)하고, 관계기관에 집행유예나 가석방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보호감호소 가출소자의 경우 48시간 내에 석방해야 하는 구인(拘引) 조치밖에 내릴 수 없다. 가출소 취소 청구를 하기 위해 신병을 일정기간 확보해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가출소자는 신병 확보도 어렵지만 정작 보호관찰 준수사항 위반으로 가출소 취소 의견을 내더라도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살인, 강간, 강도 등 중죄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000년 제정한 훈령에 따라 3개월 이상 종래의 거주지를 이탈하여 소재지를 확인할 수 없는 보호관찰 대상자는 지명수배를 통해 소재를 파악하도록 했다.
하지만 가출소자는 소재불명이 되더라도 지명수배조차 할 수 없다. 지씨의 경우 거주지 이전을 신고하지 않았고 올 2월 갱생보호공단을 나온 뒤에는 아예 행적을 감췄다.
가출소자 가운데 9%에 해당하는 104명이 지씨처럼 지도ㆍ감독 등을 피해 잠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주민등록조회 등 지씨의 소재확인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사기관의 도움 없이 지씨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보호관찰 대상자가 급증하는데도 보호관찰 인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호관찰제는 1989년 소년범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돼 1997년 성인범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도입 첫 해 8,300여명이던 대상자가 지난해 14만6,000여명으로 17.5배 증가했다. 하지만 관리인력은 고작 3배 늘어나 지난해 기준으로 직원 1명당 보호관찰자 수는 223명 꼴이었다.
이에 따라 매월 한번 이상 보호관찰관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보호관찰 대상자 중 1,169명이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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