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기별 경영실적이 공식 발표 전 속칭 ‘큰손’으로 통하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새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큰손’들은 이런 정보들을 이용해 주식을 취득한 뒤 실적호전에 따라 주가가 오른 뒤 되파는 수법으로 거액의 차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들의 투자 패턴에 따른 주가 급등락의 피해는 대부분 ‘개미’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어 정부 차원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1분기에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을 발표한 37개 상장사의 주가 동향을 조사한 결과, 발표 전 5거래일 동안 해당 업체의 주가는 3.88% 급등했다.
반면 발표 후 5거래일 동안은 오히려 0.5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내 증권사 2곳 이상이 분기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156개 12월 결산 상장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발표된 영업이익이 증권사의 평균 추정치를 10% 이상 상회한 경우를 ‘깜짝실적’으로 분류했다.
이 같은 ‘깜짝실적’을 기록한 37개사 가운데 발표일 전 5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른 곳은 28개사, 내린 곳은 9개사로 주가 상승사 3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발표가 끝난 뒤 5거래일 동안은 20개사의 주가가 오른 반면 17개사는 하락해 엇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달 2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오롱건설의 경우 영업이익 27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10% 이상 웃돌았다. 발표 당일 이 회사의 종가는 1만6,400원으로 이전 5거래일 동안 15% 이상 급등한 상태였으나 이후 5거래일 동안은 2.4% 하락했다. 지난 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계룡건설도 역시 발표 전 5거래일 동안 16% 이상 급등했으나 발표 후 5거래일 동안은 7% 이상 떨어졌다.
심지어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 기업인 국민은행마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2일 장 마감 이후 공개된 국민은행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461억원과 8,029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각각 28%, 26% 웃돌았다. 실적이 공시되기 직전 국민은행은 8만8,400원에 장을 마쳐 이미 직전 5거래일 동안 9% 이상 오른 상태였으며 이후 5거래일 동안은 0.2%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과 관련, 호재를 먼저 알고 미리 사두는 ‘큰손’들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회사 내부자를 통해 미리 실적 정보를 접한 투자자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증권가 격언을 실천에 옮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상장사와 증권사 연구원들의 유착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상장사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연구원들에게 미리 실적을 알려 주면 이들을 통해 정보가 ‘큰손’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금감원 증권감독국 담당자는 이와 관련, “내부자가 실적정보를 공정공시 전에 부당하게 유출하는 경우인데, 이는 법적으로 금지가 돼 있어 신고가 들어올 경우 조사를 통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구두로 아는 사람들에게만 유출하기 때문에 신고나 적발이 매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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