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것을 모욕으로 느껴야 합니다. 주위 시선에 굴복해서도 안됩니다.”
20일 오후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내 갤러리. 자녀의 조기유학 등으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 40여명이 기러기가족서포터즈 송길원 대표(사랑의 교회 협동목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송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 후원으로 열린 ‘날자! 기러기가족 박람회’에 모인 기러기 아빠들에게 ‘당당하게 사는 법’을 전수했다. 남모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가장들이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 본사 후원 '기러기 가족 박람회'서 애환 교환 "건강·금융 컨설팅 등 자기 계발 기회로 활용"
그가 제시한 ‘위축되지 않는 기러기 아빠’ 해법은 크게 5가지. ▦사람들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기 ▦공간적 사고를 시간적 사고로 바꾸기 ▦굶는 것을 모욕으로 느끼기 ▦나만의 119(긴급상황시 도울 수 있는 사람)를 갖기 ▦1년에 1차례 이상 건강검진 받기 등이다. 송 대표는 “떳떳하게 기러기 아빠임을 밝히고 서로의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돼야 기러기 가족 문제점도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기러기 아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도마에 올렸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부인과 중학생 두 아들이 체류하고 있는 김모(43ㆍ금융컨설턴트)씨는 “쓸쓸한 것도 사실이지만 가족이 모두 더 나은 자기계발의 기회를 갖는 장점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의사인 이모(48)씨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부터 주말마다 지방에 사는 부모를 찾는다”며 “결혼 후 소원해졌던 부모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게 값진 선물”이라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들은 이날 가족과 떨어져 사는 애환을 나누고 건강, 금융컨설팅 등 ‘나홀로 가장’으로 사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분주하게 공유했다.
한편 박람회에서는 병원, 금융사, 유학원, 여행사 등 10여개 관련업체가 참여해 기러기 아빠들에게 각종 무료상담을 실시하고 우울증검사 등 건강검진 서비스도 제공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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