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런던에서 국가설명회(IR)를 갖기 위해 21일 출국한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유럽 투자자들에게 한국경제의 투자매력을 홍보해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론 무슨 말을 해도 세일즈가 먹혀 들어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투자자들이 한 부총리에게 던질 질문은 뻔하다. “한국에서 외국펀드는 부도덕한 투기세력으로 취급된다면서요?” “조세조약 보다 국민정서가 앞서고 수 년전 인수계약마저 무효화하라고 한다던데?” “한국기업들은 규제완화를 주장하다가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얘기만 나오면 거꾸로 규제강화를 요구한다면서요?”
한 부총리가 할 수 있는 대답 역시 뻔하다. 한국정부는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적법한 투자이익은 반드시 보장한다, 개방기조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反)외국정서를 잘 알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궁색하고 공허하게 들릴 것이다.
어느 나라든 자국기업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면 반대여론이 생긴다. 미국 콜럼비아 영화사를 일본 소니가 사갈 때도 그랬고, 영국의 로버 자동차가 BMW에 넘어가고 첼시 축구구단이 러시아 석유재벌에 팔릴 때도 그랬다. 하지만 자존심 상하고 거부반응이 있더라도 우리처럼 전반적 반(反)외자정서로까지 번지지는 않는다. 이것이 진짜 개방된 나라와, 무늬만 개방된 나라의 차이다.
한국은 수출로 살아가는 나라다. 동북아허브를 지양하고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앞장서는 나라다. 이런 나라라면 적어도 ‘투자하러 들어올 땐 박수를 치다가도 나갈 때면 돌팔매질하는’ 행태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이래 가지고는 백번의 IR도 소용없다.
경제부 이성철기자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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