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판이 골동품이라구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판이 골동품이라구요?"

입력
2006.05.21 23:59
0 0

“5원 더하기 9원 더하기 3원이면?” “17원이요.”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2동사무소 3층 교육실. 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린이들이 너도나도 입을 모아 대답을 한다. 이곳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1~3학년 학생 10여명이 주산교육을 받고 있는 현장. 어린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주판알을 튕기면서 주산을 익히느라 바쁘다.

주판알을 튕기는 아이들의 모습에 진지함 마저 묻어 나온다. 비록 한 자리 숫자지만 암산으로도 웬만한 계산은 척척 해낸다. 디지털 시대에 익숙해져 강사가 내준 두 쪽의 덧셈 문제풀이 숙제가 어렵게 느껴질 만도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정지혜(9) 양은 “주판으로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게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산수 공부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골동품 취급을 받던 주산이 서울 각 자치구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교육현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수의 개념을 쉽게 익히는 유용한 학습도구로 가치를 인정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강서구 화곡2동사무소는 지난해 11월부터 학부모들의 부탁을 받아 강좌를 개설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5만원이 넘는 비싼 사설 학원 수강료로 가르치는 것보다 집에서 가까운 동사무소에서 프로그램을 개설할 것을 적극 건의한 결과이다. 현재는 인근에 위치한 신정초등학교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24명이 등록해 매주 화ㆍ목요일 2개반으로 늘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셈의 원리를 깨치고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주산만한 게 없다며 예찬론을 펴고 있었다. 한희용(34ㆍ여)씨는 “유치원생인 아들이 숫자 개념을 빠르게 익히는 것 같다”며 “학교에 가서도 산수공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자랑했다.

송파구 마천 2동과 거여 2동에서도 주산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한 강사는 “지난해 6월부터 주민들의 요구로 학생 20여명을 번갈아 가르치고 있다”며 “주의가 산만했던 아이들도 주산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져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서초구 방배유스센터도 지난해 4월부터 7세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산수학’ 프로그램을 시작, 현재는 3개반(37명)을 운영하고 있다.

글ㆍ사진=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