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같은 인간, 금수만도 못 한 인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막말인데, 그런 회의가 지독스레 들 때가 있다. 인간의 본모습에 대한 회의가 점증하는 이 시대, 최근의 복제 인간 문제까지 포괄하는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에 이르게 하는 동반자다.
30~40년간 영장류 동물학, 고고인류학, 생물학, 인공지능 연구, 유전학 연구 등에서 이뤄진 눈부신 성과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신화를 뒤흔들어 놓았다. 인간들은 이제 그 같은 맹신에서 벗어나야 하며, 인간에 대한 정의를 근본에서부터 새롭게 구축해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먼저 인간과 동물의 경계, 인간의 외형적 특성, 인간이 문화적으로 구축돼 가는 과정 등으로 인간을 명확히 정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어 다윈의 진화론의 정당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유전학과 로봇 공학 시대에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예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치료를 위한 생명 복제, 불임의 극복 등 현재 초미의 관심으로 등장한 문제들도 진지하게 논의된다.
책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그것은 “스스로 인간이라는 것을 계속 믿고 스스로에게 부여한 특수 지위를 정당화하고자 한다면, 또 변화를 겪으면서도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그 신화를 무시하지 않고 그것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권고이기도 하다.
빙하시대의 동굴 벽화에서 복제 인간까지, 30장에 달하는 도판과 사진이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런던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ㆍ지구환경사ㆍ현대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CNN 등 매체의 교양 프로그램에서 즐겨 부르는 학자이기도 하다. 정주연 옮김.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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