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해외건설 황금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당분간 국내 건설업체들은 해외에서 탄탄대로를 걸을 전망이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장 큰 해외공사 발주처인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수입이 탄탄해진데다가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도 건설경기가 활성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문이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글로벌 건설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느냐’는데 이르면 확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현재의 위치를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40여년의 해외건설 경험을 통해 상당한 기술력을 쌓았지만 여전히 뛰어난 현지 적응력과 가격경쟁력이 큰 무기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기술력은 아직 선진국들의 80%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플랜트의 경우 시공 부문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설계나 공정관리 등 부문에서는 아직 미국이나 일본 등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플랜트 공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EPC(엔지니어링ㆍ구매ㆍ시공 일괄수행) 형식으로 발주되기 때문에 기술력의 문제로 인해 입찰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동원 능력도 더욱 키워야 한다. 앞으로의 플랜트 공사 경향이 EPC와 프로젝트파이낸싱이 결합된 형태로 진행될 전망인데다, 개발도상국 건설사업에는 자체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단순도급 위주의 해외공사 형식을 건설업체가 사업계획을 세우고 자금을 조달하는 투자 개발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수 인력 확보와 정부의 지원 확대도 필요하며 갈수록 심해지는 선진국 건설업체들의 견제도 이겨내야 한다.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편중돼 있는 해외시장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윤국진 대우건설 해외사업본부장은 “기술력을 좀 더 높이고 해외에서의 국내업체간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도 금융 및 외교적인 지원 등을 대폭 확대해야 건설업체의 해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승헌 연세대 교수는 “사업의 다각화와 전문화, 자금조달 능력 향상, 교육과 훈련을 통한 우수인력 양성, 건설업체간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사업혁신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중소업체의 해외진출과 신 시장개척, 인력난 해소도 중요한 과제인데 이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대대적인 지원을 통해 힘을 보탠다는 입장이다. 건교부는 하반기에 사모펀드(PEF) 형식의 해외 건설펀드를 설립해 건설업체들에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또 전문 공기업과 건설업체간 공동으로 수주확대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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