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연일 이어지면서 버블 붕괴 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버블이란 가격이 그 나라 경제수준을 고려한 정상적인 가격보다 과도하게 높아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버블이 될 수도 있고 또한 정상적인 가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재건축 기대·유동성 등 복합원인
실제로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과도하게 높아져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은 2001년을 기준으로 최근 5년 동안 4배까지 높아진 곳이 많다. 정부의 발표대로 소득이 3배 높은 일본의 아파트 가격과 같은 것이다. 버블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 부동산 가격이 시장가치를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버블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먼저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재건축을 통해 큰 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실제로 재건축을 통해서 평수가 늘어나고 새 집이 될 경우 좋은 위치에 있는 강남 아파트 가격은 지금보다 더 높아져 큰 투자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러한 재건축으로 인한 기대수익이 지금 아파트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강남지역의 20년이 지난 낡은 아파트 가격이 이 지역의 신축 아파트 가격보다 더 높은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로 해외부문에서 통화량이 크게 늘어났고 여기에 그동안 저금리 때문에 국내에서도 돈이 많이 풀렸다. 늘어난 유동성으로 수요는 늘어났으나 현 정부는 1990년대 초 분당과 같은 신도시를 만들어 공급을 늘리지 못해 아파트가격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버블의 붕괴 여부는 재건축 여부나 과잉유동성과 같은 경제여건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정부의 경고대로 과연 버블이 붕괴될지 여부는 명확해진다. 만약 정부가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를 불식시키고 과잉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면 버블은 붕괴되거나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재건축 기대심리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현 정권은 물론 다음 정권 이후에도 재건축을 통한 큰 이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믿게 해야 하고, 늘어난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큰 폭의 금리 인상과 환율 하락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가 차기 정부의 재건축 정책까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이 금리를 과도하게 높이기도 쉽지 않다. 최근 부동산 버블을 고려하여 금리를 높이려고 하고 있으나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금융기관 또한 부실화될 것을 고려하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시키기는 쉽지가 않은 것이다.
단지 환율 하락으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는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가지고 있다. 환율이 큰 폭으로 내려가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경우 유동성이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구체적 정책 통해 의지 보여야
이렇게 볼 때 환율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 요인을 제외하고 부동산 버블이 지금 붕괴되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여건이 변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지금 과도하게 높아진 버블은 붕괴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갑작스러운 버블 붕괴를 막고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건축에 대한 기대를 불식시키는 일관된 정책을 사용하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높여 과잉유동성을 흡수토록 해야 한다. 동시에 도심 주변 신도시를 건설하여 주택 공급을 늘여주고 도심까지의 교통도 원활하게 만들어 도심아파트 수요를 흡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김정식ㆍ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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