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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밴드 "끼 발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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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밴드 "끼 발산했죠"

입력
2006.05.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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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1시 대전 동구 판암동 주공아파트 4단지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 200여명이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였다. 무대에 오른 사람은 가수 출신의 대전동부경찰서 오은수(57) 서장. ‘고향역’ 등 2곡을 멋들어지게 뽑아대는 솜씨가 마이크를 놓은 지 30년이 넘은 세월에도 녹슬지 않았다.

이어 이종원(51) 충남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이 색소폰을 들고 나왔다. ‘마이웨이’ 등 올드 팝송을 연주하는 그의 솜씨 또한 프로 수준이었다.

이날 행사는 충남경찰청 경찰밴드봉사단의 ‘효 실천 위문공연’으로 경찰 고위간부 두 명이 넘치는 끼를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대전 동부경찰서 전ㆍ현직 서장인 이 과장과 오 서장은 경찰 내에서는 진작부터 소문난 ‘연예인’.

오 서장은 고교 시절 7장의 앨범을 냈던 ‘왕년의 가수’. 그는 고교 졸업을 앞둔 1969년 초 신문에서 가수모집 광고를 보고 오아시스레코드사의 오디션에 합격한 후 70년대 초 대전공설운동장 개장 축하쇼에서는 김부자 한명숙 등 당시 인기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또 군에 입대해서는 백마부대 소속 문선대 요원으로 월남전에 파병돼 하춘화 남진 등과 함께 공연했다.

제대 후 그는 우연히 경찰관 모집공고를 보고 인생 항로를 180도 선회했다. 뒤늦게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지만 그는 경정까지 매번 승진시험에 합격하며 27년 만인 2003년 말 총경으로 승진했다.

경찰밴드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이 과장은 경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간부후보생 시험을 거쳐 경위로 임용된 뒤 16년 만인 99년 44세의 나이에 총경을 다는 등 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내면의 끼는 숨길 수 없는 법. 학창 시절 하모니카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도 곧잘 불렀던 그는 5년 전 색소폰에 입문했다. 지난해 4월에는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직원 20명을 모아 경찰밴드봉사단을 만들어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다니며 연주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이 과장은 “무대에서 공연을 한 이후 주민들이 더욱 가깝게 대하는 것 같다”면서 “기회가 닿으면 봉사활동 기회를 더욱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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