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그저 그런디, 그래도 후보는 염홍철이 제일 나은 것 같아유.”
18일 대전 고속터미널 부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홍열(44)씨는 선거얘기를 꺼내자 머뭇거리다 이렇게 답했다. 인근 식당 주인 최모(39)씨도 같은 말을 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인물로만 보면 우리당 염홍철 후보가 낫다는 것이다.
“그럼 최종 선택은 누구로 할 거냐”는 질문에는 “생각 중”이라며 입을 닫았다. 그 모습에는 당과 후보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대전 유권자의 고민이 녹아있는 듯 했다.
대전의 우리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에 뒤져있다. 하지만 후보 지지율에서는 염 후보가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에게 앞서 있는 엇갈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구 도심인 중구로 이동했다. 이곳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입을 열었다. 자영업을 하는 박정림(50ㆍ여)씨는 “장사가 안돼 죽겠어요. 여당에 염증이 납니다”라며 “한나라당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찍을 겁니다”라고 했다. 옆에 있던 손님 김지환(31)씨도 “염 후보가 한나라당에 있었으면 무조건 됐을 텐데 지금은 여당 후보라 찍어줄 수가 없다”고 거들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정서를 감안하면, 반여(反與) 정서가 상당히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반면 여당 지지자도 적지 않았다. 신 도심인 서구 둔산동에서 만난 주부 이모(35)씨는 “여당이 좋은 건 아니지만 부패한 한나라당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이경림(28ㆍ여)씨도 “염 시장만한 사람도 없다”고 여당에 표를 줬다.
뚜렷하진 않지만 흐름은 있었다. 대체로 중ㆍ장년층은 정당 위주의 선택을, 젊은층에서는 인물 위주의 선택을 하고 있었다. 즉 20~30대는 염 후보에, 50대 이상은 박 후보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이다.
각 후보 캠프도 이런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염 후보 측은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승리는 무난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과연 실제 득표로 이어질 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정당 지지율 격차는 벌어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을 확신하던 이전과는 분명 분위기가 달랐다.
한나라당 박 후보 진영은 박근혜 대표의 방문 유세를 가장 바라고 있다.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옥천이 대전과 맞닿아 있어 박 대표의 방문을 통해 ‘박정희 향수’를 한나라당 지지로 연결시킨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어차피 투표율이 낮을 것이기에 투표 결집율이 높은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운동원들은 각종 지표를 내세우며 당선을 자신했다. 침울하던 초반에 비해 활력이 살아난 것을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국민중심당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았다. 택시기사 김모(55)씨는 “어차피 떨어질 후보인데…”라고 말했다. 민주당 등 다른 후보들에게도 별반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전 시민들은 인물과 정당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으며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어느 쪽 흐름이 형성될 지에 승패가 달려있는 상황이다.
대전=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 대전, 인물론 vs 정당대결
우리당 염홍철 후보는 철저히 인물론을 내세운다. 관선, 민선시장을 각각 1차례씩 역임한 염 후보의 인지도는 대단히 높고 시정을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인물론을 바탕으로 한 지지율을 그대로 득표율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건물 외벽이나 거리 현수막에 우리당 표시는 가급적 작게 그려넣고 대신 ‘힘있는 시장’ ‘든든한 시장’ 등 인물 본위의 문구를 부각시켰다.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는 염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정당 지지율로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선거구도를 ‘우리당 대 한나라당’의 대결로 몰아간다는 전략이며, 선거 슬로건에도 ‘올해는 시장교체, 내년에는 정권교체’ 등 당대당 구도의 문구로 적었다. 박근혜 대표도 집중 지원, 대전에 한나라당 바람을 불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중심당 남충희 후보는 충청권을 대변하는 ‘지역 토박이 정당‘을 최대한 강조하고 있고, 민노당과 민주당, 한미준 후보들은 여야 양자 대결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일대 반란을 기대하고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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