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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근육질환 자녀둔 부모 되레 '보톡스 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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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근육질환 자녀둔 부모 되레 '보톡스 주름살'

입력
2006.05.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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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옵는 노무현 대통령님. 저는 올해 3살이 된 미영이 엄마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소아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미영이는 저희 부부에게 눈물인 동시에 삶의 활력소입니다. 지난 12월 추운 날씨에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저는 의사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더군요. 보험이 된다 하여 참으로 기뻐했었는데 결국 보험혜택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미영(가명)이 엄마 오모(서울시 도봉구)씨는 지난달 “보톡스 치료에 대한 보험 혜택을 확대해달라”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냈다. “주름살 제거에 쓰이는 보톡스에 왜 건강보험 혜택을 줘야 하느냐”고 반문할 이들이 많을 법하다. 하지만 탄원서에 무려 200명이 함께 서명했다. 모두 뇌성마비 또는 근육질환을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3일전 대학병원에서 보톡스 주사를 맞고 집중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중인 주연(가명·41개월)이 엄마(경기 광명시)는 이번에 허벅지 주사를 유보했다. 4주 뒤 퇴원할 때면 약값, 시술비, 입원비 등이 150만원은 나올텐데 보험이 안 되는 허벅지 보톡스와 시술비를 추가하면 최소 50만원은 더 들기 때문이다. 그는 “보험기준이 증상에 따라야지 나이나 부위를 제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보톡스는 주름살보다 뇌성마비 치료에 먼저 적용됐다. 경직된 근육을 펴 걷거나 팔을 펼 수 있도록 한다. 완치법은 아니나 수술 후 예후(豫後)에 영향을 끼친다. 보톡스는 얼마 전까지도 한 병에 50만~60만원(현재는 고시가 35만원)을 호가하다가 지난해 9월부터 보험이 적용됐다.

문제는 보험대상이 만 2~5세, 장딴지 근육, 몸무게 ㎏당 4~6단위(1병=100단위)로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만 5세 생일을 넘기지 않으려 예약일을 앞당기거나 팔 허벅지 등은 적정량을 맞히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더욱이 보톡스 효과는 3~6개월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환자 부모는 연간 수백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충남 공주에 사는 정미(만4세)도 매번 3병씩 주사를 맞지만 대부분 보험이 안 되는 부위다.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정미를 보살피는 할머니는 “아이 돌보랴, 치료비 대랴, 부모가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의 지호(가명·35개월)는 고개를 가누지 못해 온갖 병원을 전전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한 종합병원에서 “남은 방법은 보톡스뿐”이라는 말을 듣고 지난해 9월부터 3개월마다 치료를 받지만 애초에 보험대상이 아니다. 지호 엄마는 “아이가 크면서 주사량이 늘어나고 치료비 부담도 갈수록 커질 텐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병원의 나동옥 교수는 “보통 150~200단위를 주사하면 80~100단위(28만~35만원)는 보험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들에게 이런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소아재활의학회도 보험고시 직후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한 뇌성마비 자녀의 엄마는 “누구든 장애를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며 “보험혜택을 적선하듯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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